[기자의 눈/이헌진]주변국과 사사건건 마찰… 中외교 총체적 난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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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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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주변국 외교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중국 주변 20개 국가 가운데 중국과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나라를 찾기 힘들 정도다.

다음 주로 예정됐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네팔 방문 계획이 아무런 설명 없이 취소됐다. 네팔 언론은 이를 “외교적 대결례”라고 표현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네팔 외교관은 “네팔이 원 총리의 방문을 상의 없이 미리 공개한 것에 중국이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렇더라도 일정을 취소한 것을 외교가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원 총리의 미얀마 방문도 아무런 설명없이 취소됐다. 미얀마는 중국의 맹방으로 꼽혀왔지만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등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원 총리의 미얀마 방문은 양국 관계를 다지는 중요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다. 인도 언론은 나라얀 카지 슈레스타 네팔 부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원 총리의 미얀마 방문이 취소됐다”면서 “중국에서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올가을 들어 남중국해 문제로 필리핀 베트남 등과 연일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일본과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으로 일본과 틀어진 뒤 올해 들어 관계 개선을 모색해 왔다. 일본 총리의 중국 방문은 당초 12, 13일로 잡혔다가 25, 26일로 미뤄졌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13일 난징대학살 74주년 관련 행사를 조용히 치르는 등 일본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루는 듯 보이지만 엉뚱한 곳에서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은 14일 최신예 3000t급 해양 순시함을 동중국해에 배치했다(본보 15일자 A1면 보도 참조). 이 순시함 배치 지역은 일본과 영유권 마찰을 빚는 해역이며, 이어도 해역도 순찰해 한국과도 마찰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긴장시킨 것이다. 중국 어민의 한국 해양경찰 살해 사건으로 한중 관계가 위기로 치닫지만 중국은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주변국들을 자극할 수 있는 계획을 주저 없이 내놓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불법 조업을 한 중국 어민의 한국 해경 살해’라는 명백한 범죄 행위에도 사건 발생 초기 합당한 외교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의 철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한 때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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