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82% “기존 정당은 民意 대변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어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신당 창당이라든지 강남 출마설 등 여러 설이 많은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전혀 그럴 생각도 없고 조금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 일과 기부재단 설립 일만 해도 많은데 다른 일에 한눈팔 수 없다”는 이유다. 안 원장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제기된 신당 창당설이나 그의 내년 총선 출마설은 일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이번 발언을 정치 불참 선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현실정치에 상당히 깊숙이 발을 담갔다. 안 원장이 비정치 분야에서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기대도 있지만 그를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국민도 많다. 어제의 발언에서도 그는 향후 정치 참여나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어제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가 민의(民意)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무려 82%가 ‘대변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현실에 비판적인 20∼40대의 절대 다수는 물론이고 보수층이 많은 50대까지도 4명 중 3명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정당과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넓고 깊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정치권 밖에 있는 안 원장이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현상이나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이 지지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능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은 한나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있을 정도로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내부 쇄신을 모색 중이다. 박근혜 의원은 종합편성TV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 대해 “겉모양이 아니라 속까지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위기의식의 소산이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 통합이라는 양적 개편을 통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정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결국 정치의 새 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그널이다. 낡은 인사들을 배제하고 과감하게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 기존 정당들이 82%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면 국민은 제3의 대안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 원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쉽게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새로운 정치세력과 기존 정당이 민심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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