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정민]의원 출판기념회 안내문 보낸 이상한 생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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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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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경제부 기자
하정민 경제부 기자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돈 봉투를 내라고 은근슬쩍 권유하는 e메일을 보냅니까. 더군다나 생명보험회사의 권익을 대변하라고 만든 생명보험협회가 그런 일을 하다니요. 협회비가 아깝습니다.”

한 생보사 관계자가 23개 생보사의 이익단체인 생보협회의 행태를 차갑게 꼬집었다. 생보협회가 며칠 전 보험을 포함한 금융 분야의 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를 안내하는 e메일을 회원사들에 보낸 일이 공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생보협회 K 법무팀장은 21일 정무위에서 활동하는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우제창 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 소식을 e메일로 보냈다. 이 e메일에는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있으니 내부적으로 (윗선에) 보고해주시길 바라고,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참고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첨부파일은 두 의원의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복사한 사진이었다.

국회 정무위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전반을 관리, 감독하고 법안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을 관할한다. 금융회사로서는 상전(上典) 위 상전이나 다름없다. 상하관계로 볼 때 생보협회가 보낸 e메일은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출판기념회에 회원사를 동원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특히 출판기념회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공식적인 정치자금과 달리 자금 조성과정 및 사용명세를 공개하지 않아도 돼, e메일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우 의원의 책 제목은 ‘87년 체제를 넘어 2013년 체제를 말한다’, 이 의원의 책은 ‘실천에서 길을 찾다’로 보험업 발전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논란이 확산되자 생보협회 측은 “(출판기념회 행사를) 참고하라는 뜻에서 보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생보협회에서 법무팀장이 담당하는 주요 역할이 국회와의 ‘좋은’ 관계 형성에 있다는 점, 생보협회 관계자들이 “일종의 관행이었다”라는 태도를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서민 부담을 무겁게 하는 수수료와 높은 임금 수준, 고배당 등으로 금융권에 대한 눈길이 싸늘한 시점이다. 생보협회는 ‘해오던 일인데 웬 난리인가’ 식의 구태의연한 행태가 국민의 반감을 보험업 전체로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정민 경제부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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