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형삼]운동으로 만드는 老益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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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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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넘긴 이모 씨는 매일 6∼7km를 달린다. 밥 3분의 2공기, 라면 반 개, 고기는 3조각 이상 입에 대지 않는다. 50년 넘게 피운 담배도 끊었다. 신문 2종을 정독하며 스크랩한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성인병 지표가 40대 후반인 막내아들보다 낫다. 건강이 워낙 좋아 같은 또래 베트남전 참전용사 상당수가 받고 있는 고엽제 피해 보상금을 못 받는 게 좀 불만이지만 나이 들어 “나랏돈 축내지 않는 것도 애국”이라며 자위한다.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개최한 선수 선발 테스트에서 80세 장기원 씨가 안정된 자세로 직구와 슬라이더를 꽂아 넣었다. 직구 스피드가 시속 80km쯤 됐다니 실내야구장 피칭머신 수준이다. 늦은 밤, 술기운 빌려 호기롭게 실내야구장 타석에 들어섰다가 ‘강속구’ 500원어치에 어안이 벙벙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장 씨는 고교 시절 야구를 하다가 6·25전쟁에 나서면서 그만뒀다. 그 한(恨)을 동네 실버야구단 투수로 뛰며 풀다가 이번에 도전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워터프런트 마라톤 대회에서 인도계 영국인 파우자 싱 씨가 8시간25분16초 만에 결승선에 도착했다. 가슴에 붙은 번호표 ‘100’은 놀랍게도 그의 나이였다. 대한육상경기연맹에 기록된 국내 최고령 풀코스 완주 마라토너는 87세 주수진 씨다. 실향민인 그는 북녘의 고향을 다시 찾을 때까지 건강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70대 후반에 마라톤을 시작했다. 65세 이은장 씨는 59세 때 생활체육 전국복싱대회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60대가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없어 지금은 ‘무관의 제왕’으로 샌드백을 두드린다.

▷후한(後漢) 광무제 때 62세의 마원(馬援)이 “갑옷 입고 말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 하겠습니까”라며 왕의 만류를 무릅쓰고 출정해 반란군을 정벌했다. ‘대장부는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老當益壯)’는 그의 소신에서 노익장이란 말이 유래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세, 건강수명은 70세 남짓이다. 노후 10년을 질병 속에 보낸다면 장수(長壽)는 무의미하다. 매일 15분 운동하면 수명이 3년 연장되고, TV를 1시간 볼 때마다 22분 단축된다고 한다. 운동화가 노익장을 책임진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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