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광형]지식재산 전략, 기업의 생존 좌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삼성과 애플의 지식재산 전쟁이 치열하다. 이 싸움의 진행을 보면서 지식재산이 일개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가 돼 있음을 다시 실감한다. 선제공격을 한 애플은 필요한 특허를 확보하고 디자인을 등록하며 체계적으로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지식재산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기업과 국가의 중요 자산임을 알게 됐다. 필자는 지식재산을 입체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3차원 지식재산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식재산을 3개 차원으로 표현하여 통합적인 관리 전략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제1 차원은 지식재산의 ‘보유 형태’를 보여준다. 지식재산은 특허 디자인 상표권 영업비밀 등 복합적인 자산이다. 특허는 기본적으로 기술을 공개하는 대가로 20년간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받는 제도다. 디자인은 상품의 형상, 모양, 색채 등을 지칭하며 등록 후 15년간 보호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주로 특허만 생각했다. 그러나 삼성-애플의 전쟁을 계기로 특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애플이 주로 삼성을 공격하는 이슈가 바로 디자인이다.

상표권은 등록 후 10년간 보장되는데 계속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한정 보호받는다고 볼 수 있다. 상표권에는 문자로 된 것도 있지만 상품의 특수한 모양도 해당된다. 예를 들어서 코카콜라 병의 특수한 모양은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라는 상표권에 의해 계속 보호받고 있다. 한편 비밀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지식재산은 영업비밀로 관리한다. 특허로 등록하면 공개해야 하고 보호기간이 끝나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코카콜라 음료의 성분은 수십 년 동안 영업비밀로 유지되고 있다. 1차원에서는 개발된 지식재산이 있을 경우에 이를 어떤 형태로 보유 관리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제2 차원은 지식재산의 ‘관리’를 말한다.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출발하여 이것을 출원하고 보호하고 분쟁 해결의 단계를 포함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연구실의 몰입 과정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체계적으로 마련된 연구 환경 속에서 예상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적다. 즉 과학을 대상으로 하는 일의 관리 방식은 상당히 비과학적인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지식재산을 초기부터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1차원에서 지식재산의 보유 형태를 결정하고, 2차원에서는 그에 따른 적절한 관리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특허나 디자인 형태로 보호받기로 결정했으면, 청구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추후의 침해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침해자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하여 분쟁을 해결할 것인지 대비도 필요하다.

제3 차원은 지식재산의 ‘상품화’에 따른 전략을 보여준다. 원천이 되는 지식재산이 있으면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기획 설계 라이선싱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 상품화 차원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재산을 파악해야 한다. 그중에 우리에게 확보된 지식재산이 어떤 것이고, 부족한 것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분석해내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지식재산을 어떻게 확보해 지식재산 포트폴리오를 형성할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자가 공격해 올 때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세워야 한다. 또한 보유한 지식재산을 자체적으로 상품화하지 않고 외부 업체에 빌려줄 수 있다. 이러한 라이선싱은 사용료 수입을 올릴 수도 있고, 연합군을 형성하여 경쟁자를 고립시킬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어느 특정 지식재산이 연구실에서 출현하면 이런 3단계 입체 관리로 외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식재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애플의 조직적인 공격에 대하여 초기에 수세에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지식재산은 보유 형태, 관리, 상품화를 동시에 고려한 입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3차원 접근법이 통합적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khlee@kaist.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