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유헌]스티브 잡스처럼 한눈팔지 않는 전문가 없나

  • 동아일보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6일 영화 스토리 같은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감하고 영원의 세월로 사라졌다. 어려운 환경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전정신으로 이 세상의 두꺼운 선입관을 깼기에 그가 남긴 울림은 크고 강하다.

대학을 졸업하지도, 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지도 않았지만 “끊임없이 갈망하고 추구하라. 항상 우직하게 살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그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은 우리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녀야 할 경구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은 옆집 잔디가 더 푸르고 좋아 보인다는 생각에 자신의 인생을 우직하게 살지 못하고 타인의 삶을 모방하고 쫓아가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지난주 유전자 코드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마셜 니런버그 박사 기념 심포지엄 ‘Brain 2011’에 초청받아 일본 가나자와대를 방문했다. 니런버그 박사와 인연을 맺었던 60대에서 80대 초반의 미국과 유럽, 일본 학자들이 모여 아직도 식지 않은 학문에의 열정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60세만 넘으면 손을 놓아버리는 우리와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인생의 황혼기에 전문가들이 평생 자기 분야를 지키면서 도전정신으로 남이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묵묵히 하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가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는 정치가들의 행태에 실망해 정치가 전문이 아닌 사람들의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각 분야 전문가의 마지막 목표는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한번 바꾸고 싶어 정치에 뛰어드는 일인 것 같다.

3·1독립선언서에도 나와 있는 것 같이 학자와 학생은 진리 탐구에, 기업인은 기업 경영에, 정치가는 정치에, 과학자는 과학에 전념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일생 동안 헌신하는 각 분야의 아름다운 전문가가 적기 때문에 노벨상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잡스는 평생 컴퓨터 발전에,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온 힘을 기울여 우리 시대의 영웅으로 남아 있다. 그들은 자기 분야를 버리고 정치가로 활동하지도 않았고 그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은 단순히 국민소득을 높이는 것보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생 동안 세계 최고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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