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승태 조용환 신경전’ 與野 정신 못 차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안철수 돌풍’의 배경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어제 신경전을 보면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개탄스럽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 선출안을 다른 7건의 인사안과 한꺼번에 처리하거나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 국회 본회의 표결을 불발시켰다.

사법부 수장(首長)이라는 자리의 중요성이나 국가 의전서열로 볼 때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다른 인사안과 분리해 가장 먼저 처리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 선출안을 다른 인사안에 끼워 넣어 어영부영 통과시키거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 후보자 선출안을 부결시킬 경우 양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보이콧하겠다는 속셈이었다. 한나라당은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 국회 운영을 마비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으름장에 두 손을 든 꼴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가관과 도덕성에서 흠결이 많아 적격성이 없는 인물이다.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나,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관은 살인 사건을 직접 보고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나 재판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판단한다. 직접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과 통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 후보자는 1980년대에 쓴 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의 법은… 독점자본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한반도에 대소(對蘇) 전진기지를 건설하고자 하는 미(美)군정의 절대적 영향 아래 수립된 이승만 정권’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의 국가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농지를 매입해 주택을 짓거나 자녀의 통학 편의를 위해 무려 4차례 위장전입을 한 전력까지 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추천을 거두고 다른 인물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정략으로 조 후보자 선출안을 처리하려 했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본회의장 방청객을 모두 밖으로 쫓아내고 출입문을 걸어 잠근 상태에서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무소속) 제명안을 부결 처리했다. 그런가 하면 여야는 국회의원 처우와 노후 보장이 걸린 법안 처리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수천 건의 계류 법안과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사립학교법 같은 법안들은 몇 년째 그냥 처박아 두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는 잽싸니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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