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C 광우병 PD수첩’ 부끄러운 줄 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대법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 왜곡해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2일 무죄를 확정했다. 판결 내용은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일부 내용은 분명한 허위지만 제작진의 악의적 의도가 명백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같은 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정정 및 반론 보도 민사소송에서 내린 결론은 이 프로그램의 대전제가 된 핵심 내용이 허위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오보 확정’ 판결이었다.

PD수첩 제작진은 대법원 형사 사건 판결에 대해 “언론 자유를 바로 세운 판결이었다. 이번 판결이 정부 정책을 견제, 감시, 비판하는 언론의 본래 모습을 뒤늦게나마 찾아줬다”는 코멘트를 내놓았다.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언론 자유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다. PD수첩 제작진이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새겼다면 반성과 사과도 함께 내놓았어야 옳다.

PD수첩 광우병 편은 2008년 5월부터 3개월 넘게 계속된 광우병 시위를 촉발한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주저앉는 소들은 광우병과 무관한 소들이어서 허위보도였다.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했거나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도 광우병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져 역시 오보 판정을 받았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나 된다는 내용 역시 허위로 결론이 났다.

언론은 사실보도가 생명이다. PD수첩 제작진이 형사처벌을 면했다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라도 받은 듯이 행세한다면 직업의식은 물론이고 저널리스트의 영혼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미국 CBS TV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sixty minutes)’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관련 오보로 PD와 앵커까지 사직했다. 미국이었다면 PD수첩 광우병 편 같은 오보를 낸 기자나 PD는 언론계를 떠나야 했을 것이다.

검찰도 PD수첩 광우병 편의 형사사건이 무죄로 결론이 난 만큼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그러나 PD수첩 제작진과 MBC가 프로그램 방영 뒤에라도 허위로 드러난 내용들을 바로잡았더라면 법정에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미리 정해진 주제에 취재와 자료를 끼워 맞추는 PD 저널리즘에 대한 일대 광정(匡正)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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