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오세훈 시장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2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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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단계적 무상급식이냐 전면 무상급식이냐를 결정할 서울시 주민투표가 이틀 뒤인 24일 실시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제 투표율이 33.3%가 안 되거나 개표 결과 단계적 무상급식이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시민들에게 사죄한다며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오 시장의 결단에 대해 정책투표를 시장 개인의 신임을 묻는 정치투표로 변질시켰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다른 지차체 주민투표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 시장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현재 각종 조사를 보면 예상 투표율이 30%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오 시장으로서는 투표율을 높여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지요.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오 시장의 결단으로 투표율이 3-7% 정도 올라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합니다.

어차피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패하면 안팎의 비판 때문에 식물시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이번에 패하더라도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재기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오 시장은 판단했을 겁니다.

한나라당에서도 오 시장에 대한 비판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오 시장이 사퇴하면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이 불리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오 시장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이기적인 것 아닐까요. 오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길 바란다면 보다 많은 시민이 주민투표에 참여하도록 뛰면 됩니다.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 시민들이 복지 포퓰리즘의 거대한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국가부채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복지 포퓰리즘을 저지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재정악화로 인한 경제위기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이번 주민투표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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