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US오픈 우승자 유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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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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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오픈을 TV로 지켜본 시청자들은 유소연(21)과 서희경(25)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연장전에 같이 오른 것만으로 가슴이 뿌듯했을 듯하다. 두 선수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 대회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해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한 박세리(34) 키즈다. 박세리를 시작으로 한국 선수가 US오픈을 제패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미국의 국가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 14년 동안 한국 선수가 다섯 번이나 우승했으니 ‘US오픈’이 아닌 ‘한국 오픈’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골프의 묘미는 경쟁의 절정을 보여주는 연장전이다. 대부분 골프대회의 연장전은 한 홀씩 대결해 승패를 가리는 ‘서든데스’ 방식이다. 직역하면 ‘급사(急死)’라는 뜻이다. 선수들은 극도의 긴장을 느낄 수밖에 없다. US오픈 연장전은 원래 18홀 대결이었으나 2007년부터 마지막 3개 홀 점수를 합산해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서든데스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선수들의 긴장감은 덜하지 않다.

▷승패는 연장 두 번째 대결인 17번홀(파5)에서 갈렸다. 서희경은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네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려 보기를 했다. 유소연은 시종 침착한 샷과 퍼트로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서희경은 본경기 4라운드 때도 같은 17번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쳤다. 반면에 유소연은 4라운드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극적으로 연장전까지 몰고 갔다. 그리고 연장전 두 번째와 세 번째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어느 영역에서든 먼저 승기(勝機)를 잡았다가 패하는 경우는 흔하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나선 평창도 두 번이나 1차 표 대결에서 이기고도 연장전인 2차 표 대결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경기에서도 서희경이 앞섰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운이 나빴을 수도 있고, 마지막 집중력에서 밀렸을 수도 있다. 이런 치열함과 반전이 골프의 묘미를 더해준다.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아픔은 단순히 상금 액수 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이 프로의 세계이자 인간세상의 단면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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