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효림]파워블로거 커넥션 ‘판도라 상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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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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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산업부
손효림 산업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최근 파워블로거 현모 씨(여)가 수억 원의 돈을 받기로 하고 문제가 있는 제품의 공동구매를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자 한 블로거는 이렇게 평가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파워블로거인 현 씨는 채소와 과일에서 농약, 중금속 등을 제거해준다는 L사의 살균 세척기 공동구매를 주도했다. 모두 3000여 대가 대당 36만 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해당 제품에서 국제기준을 초과한 오존이 나온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게다가 현 씨가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대당 7만 원씩, 모두 2억1000여만 원을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파워블로거들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제품에 대한 평가를 올리거나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것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현 씨의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파워블로거가 받는 구체적인 금액이 알려진 데다 제품에 결함이 발견됐다는 점 때문이다.

“현 씨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평가한 블로거는 ‘블로거의 한 사람으로서, 양심고백’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기업으로부터 공동구매와 홍보 제안을 정말 많이 받는다. 제품의 종류도 식품과 신약(新藥) 등으로 상상을 초월한다.’

파워블로거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파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믿을 만해 보이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일상생활에서 구입해야 하는 수많은 제품에 대해 객관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데 그 갈증을 파워블로거가 풀어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리 활동을 하는 블로거들을 사업자로 등록시켜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제품을 홍보하거나 공동구매를 추진한다면 그 사실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블로거가 사업자 등록을 하거나 기업에서 대가를 받고 글을 올렸다고 밝히는 순간 파워의 근간인 ‘신뢰성’이 사라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일부 문제 있는 블로거 때문에 순수하게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들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블로거가 제공하는 것을 ‘진솔한’ 정보라 여기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심고백글을 올린 블로거는 이렇게 강조했다. ‘(블로거로 수익을 추구하면) 돈을 얻는 대신 사람을 잃게 되고 파워블로거가 되는 대신 친근한 이웃을 잃게 된다’고. 정부가 규제에 나서기 전에 블로거들이 먼저 나서주기를 기대해본다.

손효림 산업부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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