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은아]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 날, 재정부 홈피 다운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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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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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경제부
조은아 경제부
17일 오후 3시경 기획재정부 인터넷 홈페이지가 갑자기 ‘먹통’이 됐다. 평일 비슷한 시간대에 비해 접속자가 20여 배가량 폭주한 탓이다. 한 시간 전인 오후 2시에 올라온 ‘201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보도자료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려고 한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홈페이지가 다운돼 긴급히 서버를 증설했지만, 몰려드는 접속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평균 접속자 수 500명 수준인 재정부 홈페이지에 9000여 명이 동시 접속한 것을 보면 이날 보도자료에 쏠린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전국 100개 공공기관과 기관장이 지난 한 해 동안 경영을 얼마나 잘했는지 등급을 매긴 성적표다. 구체적 내용은 보도자료 발표 직전까지 철저히 보안에 부쳐지기 때문에 매년 이를 미리 알아내려는 정보전이 치열하다. 발표 직전 기자에게도 “자료를 받으면 내용 좀 알려 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평가등급은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임직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특히 기관장은 한 번이라도 최하위인 ‘아주 미흡’(50점 미만) 등급을 받거나 2회 연속 ‘미흡’(50∼60점 미만) 등급이 되면 해임 건의를 받는다.

당장 자신의 급여와 자리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면 누구라도 높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날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보인 열화와 같은 관심은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뒷맛은 개운하지가 않았다. 언론사 등에서 매년 국정과제에 대한 전문가 설문을 하면 최하위로 나오는 과제가 ‘공공기관 선진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성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공공기관의 개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이 느끼는 일반 정서다. 그런데도 이날 광경은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스스로의 개혁에는 느린 행보를 보이면서 챙기는 것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공기관들이 한 해 경영점수를 올리기 위해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경영평가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몇몇 기관들은 그해 성과급이 연동되는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털어놨다. 공공기관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개혁은 제쳐두고 단기성과로 성과급만 제때 받으면 된다는 심리가 팽배한 이상 매년 이런 광경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공공기관에 좋은 점수를 줄 까닭이 없다.

조은아 경제부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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