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운동가 출신인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요즘도 가난한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신생아를 버리는 게 대한민국 빈곤층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빈곤층 가정에 최소한의 생활 여건을 보장해주는 일은 어느 나라나 복지 정책에서 최우선적인 과제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과 교육 소외지대를 제쳐두고 집권당이 ‘반값 등록금’ 문제를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서두르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학들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비 국가지원 규모(국내총생산 대비 0.6%)를 지금보다 2배 늘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1%에 맞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고 요구한다. 국내 아동복지 예산의 경우 OECD 평균 수준에 맞추려면 현재의 1700억 원(보건복지부 예산의 0.5%)에서 20배는 늘려야 할 만큼 훨씬 열악한 수준이다. ‘반값 등록금’ 해결에 앞서 복지의 우선순위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어느 빈곤층 가정의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는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대해 ‘나는 학교 안가는 날엔/먹을 것도 더 없는 날/…싫어도 싫어도 하는 수 없이/학교 가는 날만 기다려 봅니다’라고 썼다고 강 의원은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집에선 밥 한 끼 먹을 수 없는 소외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점심이나 저녁을 주는 지역아동센터가 전국에 3690개 있다. 여기서 열심히 공부한 고교생 22명이 지난해 대학에 합격해 등록금 모금운동을 벌였는데도 모금액수는 2000만 원 정도에 그쳤다.
한나라당이 어제 연 ‘등록금 부담 완화 국민 대토론회’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합치면 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숫자여서 이들을 외면하고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281만 대학생 표에는 관심을 보이면서 표가 없는 빈곤층 자녀들은 방치하고 있다.
공교육 개혁과 치밀한 복지를 통해 교육 소외지대에 있는 가난한 학생들이 실력을 키워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국민을 위한 복지제도를 만들어야지 표를 얻기 위한 복지제도를 만드는 정치가 너무 싫다”는 강 의원의 호소는 우리 복지정책의 맹점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