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영일]물부족 대비책 없으면 훗날 고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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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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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6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인간환경회의 개회식에서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라 출범한 세계 환경의 날은 세계 각국에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관심과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구의 인구는 이제 70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많은 인구의 생활 유지를 위해 지금도 지구의 환경은 곳곳에서 오염되고 있다. 그리고 오염된 환경은 다시 인간에게 대기 오염과 이상기후, 온난화 현상 등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질 오염과 물 부족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11억 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또한 물 부족은 이미 가시화돼 물은 이제 ‘수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2009년 세계경제포럼 수자원 이니셔티브 보고서에서도 이제는 1970년대식 석유 파동이 아니라 물 재해(water shock)에 대해 경고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수 처리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어 수질 오염에 대한 국민의 체감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갈수기의 부족한 저수량은 자연스럽게 수질의 오염으로 이어져 매년 수원의 오염도를 걱정하는 수준이다. 물 부족은 이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된 우리나라는 강수량만 따진다면 물 부족이 아닐 수도 있지만 물의 소비와 낭비가 심하고 또 너무 많은 물을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면서 매년 국지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지속적인 수질 관리와 하수 처리시설 확충이다. 오염물질의 수원(水源) 유입을 막고 오·폐수의 정화를 엄격히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물의 효율적인 저장과 활용이다. 홍수기에 바다로 보내지는 많은 물을 계획적으로 저장하여 갈수기에도 적정한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여름 호우기에 집중되어 내리는 비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물 활용에 핵심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정확하고 엄정한 평가를 통해 물을 저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물그릇’을 만들어 수질 오염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물그릇’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으며,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도 있다.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물그릇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문득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잘 걸을 수 있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사람과 앞은 볼 수 있지만 다리가 불편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많았지만 잘 걷는 사람이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등에 업고 함께 움직이니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하고 진행하는 난개발도 문제이고, 이렇다 할 대안 없이 신뢰하지 못해 개발 반대만 외치는 환경론도 문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소중한 우리의 땅을 흑백영화의 추억처럼 기억 속의 궁색한 상태로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본래의 이수와 치수, 생태 기능을 다하며 세련되고 친수적인 강변을 만들어 효과적인 수자원 활용과 물 순환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이유이다. 친환경적인 물그릇을 만든다면 미래의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건강한 수자원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몸은 피가 잘 돌아 순환이 잘되고 호흡과 배설을 통해 배출이 잘되어야 하는 것처럼 건강한 환경을 위해선 물 순환이 잘되고 지혜롭게 관리하여 배출이 잘돼야 건강할 수 있다. 세계 환경의 날을 맞으며 나부터라도 아픈 지구를 위해 무엇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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