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발전 위한 法人化, 학생들도 응원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수백 명의 학생이 사흘째 대학본부와 총장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비상총회에서 ‘서울대 법인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위한 행동을 전개하자’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한밤중에 대학본부 4층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쇠톱으로 잘라내고 점거에 들어갔다. 점거농성으로 총장실을 포함한 대학본부 전체가 마비됐다. 물리적 수단으로 의사를 관철하려는 것은 반지성적이다. 합법적 수단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노력 없이 폭력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민주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다.

서울대 법인화의 목적은 정부의 간섭과 규제로부터 독립해 교육, 연구, 재무경영, 인력운용의 자율권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일류 대학으로 발전하자는 것이다. 법인화 반대 측은 “서울대가 상업화로 가면 기초학문을 소홀히 하고 등록금도 올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초학문 보호 육성과 학생 부담 최소화는 서울대 법인화법에 반영돼 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의무사항으로 법에 명시돼 있다. 급격한 등록금 인상은 2010년 등록금 상한제 도입으로 법률상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법인화 반대는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변화 거부로 비칠 수 있다.

세계 주요국 대학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의 선두 대학인 서울대의 구성원들이라면 서울대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 법인화는 자율성 제고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 구축을 통해 서울대를 글로벌 일류대로 도약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서울대생들은 후배들에게 법인화의 기초를 다진 선배로 남을 것인지, 법인화에 반대해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은 선배가 될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대학생도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울대가 지금처럼 관치(官治)에 길들여진 대학으로 자족하면 세계적으로 일류대 도약은 물론이고 국내에서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 점거농성에 참가한 학생들은 먼저 농성을 풀고 이성적이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학생들의 폭력적인 점거농성으로 대학이 학사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은 서울대의 명예를 위해서도 빨리 해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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