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학규 대표, ‘낡은 진보’ 확실히 버리면 희망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는 이념의 굴레에 갇히지 말고 철저히 민생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때로는 고루한 이념에 갇힌 낡은 진보와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어제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도 ‘낡은 진보’에 맞서는 ‘민생 진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낡은 진보’에 대해 “진보를 외람되이 앞세워 분열을 만들고 합리성과 투명성마저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가 낡은 진보의 구체적인 행태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합리적 대안(代案)을 제시하지 않고 이념투쟁에 골몰하는 야권의 일부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 탄압에 애써 눈을 감는 종북(從北) 세력은 진보를 가장한 수구세력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낡은 진보의 전형이다. 이들은 북한 체제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없이 이른바 내재적(內在的) 접근법에 매몰돼 맹목적인 북한 편들기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미국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는 눈을 감고,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은 종북 세력과 결별하고 중원(中原)에서 중도 성향의 표심(票心)을 사로잡아야 집권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전체 유권자의 30∼40%가 몰려 있는 중원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어떤 정치 세력도 집권을 기약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손 대표가 지난달 경기 성남 분당을(乙)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중간 지대에서 집권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메시지와 다름없다. 다음 달 가칭 ‘생활진보 모임’을 만들어 중도성향 정책 개발에 나서는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이념을 강조하는 건 낡은 진보다. 중원을 잡아야 대선에서 길이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민생 진보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있는 천착 없이 오로지 반(反)한나라당 야권 연대를 통해 집권하겠다고 한다면 결국 종북의 굴레에 갇혀 있는 민주노동당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손 대표는 ‘묻지 마’ 식으로 흘러가는 야권통합 논의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손 대표가 언급한 민생 진보가 단순한 수사(修辭)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치인들이 행동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쟁점이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는 민생진보 선언의 진정성을 가리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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