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이렇게 자조(自嘲)했다.
비대위 위원들은 물론 이른바 ‘쇄신’을 내세우는 의원들까지 전부 전당대회 경선 룰을 정하는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 답답해서라고 했다.
요즘 한나라당 내에선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규정을 폐지하자”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성 지도체제로 바꾸자” “당원들의 선거 참여를 대폭 확대하자” 등 전대 룰과 관련한 갖가지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들은 늘 그래왔듯이 ‘쇄신’이란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는 ‘제왕적 총재’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의 결과’였다. 이회창 총재 시절이던 2002년에 당시 박근혜 의원은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국민참여경선제를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2월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이후 이 총재는 당권-대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했다.
박 의원이 당 대표로 당의 장악력을 급속도로 확장하던 2005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당의 비주류와 소장파가 주축이 된 당 혁신위원회는 역시 ‘쇄신’의 이름으로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 △대선 1년 6개월 전 당권-대권 분리를 전면에 내세워 이를 관철시켰다.
전(全) 당원 투표제를 둘러싼 논란도 새로운 게 아니다. 대선에 패배한 한나라당은 2003년 전당대회 때 전 당원 투표제를 도입했으나 2005년 당 혁신위는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쳐 ‘대의원 70%, 여론조사 30%’라는 현재의 전대 룰을 만들었다. 이를 다시 전 당원 투표제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4·27 재·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한나라당으로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7·4 전당대회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적합한 게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의 본질은 놔둔 채 내심 유불리를 따지며 전대 룰만 갖고 옥신각신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전대 룰을 바꾸는 게 쇄신의 출발은 아니다. 전대 룰을 고쳐본들 국민에겐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왜 민심이 돌아섰는지, 당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당 밖의 따끔한 지적들에 귀를 기울일 때다. 쇄신의 출발은 철저한 자기반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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