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4개 야당이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단일화를 위해 합의한 정책연합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3일 “합의문을 어제서야 봤다. 의원총회에서 이런 논의가 구체적으로 없었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 합의를 근거로 한나라당과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표결 처리 선약(先約)을 파기했다.
야4당 정책연합 합의에는 한미 FTA 재협상안 폐기와 한미 FTA 및 한-EU FTA 비준 저지, 서울대법인화법 폐지, 3대 메이저 신문의 종합편성TV 취소방안의 공동 마련 등 10개 항이 들어 있다. 민주당에서 이인영 최고위원이 실무협상을 맡았고 막판에 손 대표가 다른 야3당 대표들과 만나 최종 타결을 했다. 그러나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고 원내대표조차 내용을 몰랐다고 하니 손 대표의 개인 작품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한미 FTA 비준 반대를 다른 야3당과 합의한 것은 기회주의적인 자기부정이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에서 협상을 시작해 타결과 서명까지 끝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분적으로 재협상을 하긴 했지만 골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한미 FTA만은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유지(遺志)를 계승한다는 민주당이 자신들 손으로 탄생시킨 옥동자마저 내팽개치려 한다.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민주당으로 이적(移籍)한 뒤에도 한동안 열렬한 FTA 찬성론자였던 손 대표가 이런 합의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은 더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은 두 번이나 정권을 잡고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이번 재·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정권 재창출도 벼른다. 그런 정당이 이미 법이 마련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종합편성TV와 서울대법인화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은 경솔하고 무책임하다. 국립대 법인화만 해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안이다.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도 정책연합을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 반대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과 손 대표의 최근 행태를 보면 ‘민노당화(化)’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정치공학적으로 오로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당의 정체성을 그렇게 왜곡해도 좋은가. 우리 국민이 그런 왜곡을 용인할 것이라고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