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조하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는 추상적이고 어렵다. 어떤 콘텐츠가 담길지 잘 모르겠다.” 정부 관계자에게서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외교통상부가 정의한 공공외교는 ‘소프트 파워(문화와 가치관)를 통해 상대국 국민에게 자국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시킴으로써 국익을 증진하는 것’이다.
알 듯 말 듯 쉽게 다가오지 않는 공공외교의 참뜻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에서 느낄 수 있었다. 대형 지진해일(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언니와 극적으로 연락이 닿은 김미숙 씨(45)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가 언니를 찾아준 것은 아니다. 김 씨가 보낸 e메일에 조카가 답장을 해와 언니와 연락이 됐다. 사무소는 연락이 안 된다는 김 씨의 사연을 받고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김 씨는 “(사무소 측은) 이미 퇴근했어야 할 시간인 저녁에 여기저기에서 소식을 찾고 있다고 매일 연락을 줬다. 자기 가족을 걱정해주는 것 같은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의 한국인 직원인 서미영 과장은 18일 통화에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단지 서 과장의 개인 성품이나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서 과장은 “아니다. 아베 다가오 소장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국인 가족들을 도와주라고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베 소장도 지진 발생 초기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아 그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이다. 아베 소장도 직접 한국인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웹사이트를 뒤진다고 한다.
소장과 직원 2명뿐인 이 작은 사무소는 이번 주 초까지 매일 40∼50통씩 걸려온 한국인 생사 문의 전화에 성심을 다해 응했다. 1992년 한국과 경제·문화교류를 위해 서울 중구 정동에 개설된 이 사무소가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도 진심을 다해 해준 덕분에 김 씨를 비롯해 이곳에 가족이나 친지의 생사를 문의한 한국인들은 앞으로 ‘성심성의, 따뜻함’이라는 가치로 일본을 기억할 것이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국가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호감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소프트파워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외교가 결국 상대국 국민을 감동시켜 마음을 얻는 것이라면 미야기 현 서울사무소는 ‘공공외교란 이런 것’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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