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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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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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식 스포츠레저부 차장
안영식 스포츠레저부 차장
“남는 게 없다. 밑지고 판다.” 장사꾼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국내 골프장 대부분의 상황이 그렇다. 극심한 경영난에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 골프장 사장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며 좌불안석이다. 겉으로 드러난 4가지 원인은 과도한 종합부동산세와 그린피의 절반에 육박하는 특별소비세, 스크린골프의 폭발적 증가, 해외 골프투어의 꾸준한 증가, 레저스포츠 선택 폭이 넓어진 신세대층의 골프인구 유입 감소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골프장들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주고객층이던 1980, 90년대에는 개장만 하면 내장객이 몰려들었다. 그런 호황이 계속되리라는 것은 큰 착각이었다.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로 인해 5년 후에는 손님이 더욱 급감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은 10년 전 골프장 무더기 도산 사태가 정점에 이르렀다. 2001년 53개 골프장이 문을 닫았고 2002년에는 30개 골프장이 도산해 누적 부채가 1조8901억 엔까지 쌓였다.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1980년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회원권 가격은 폭락했다. 고가에 회원권을 산 회원들의 돈 반납 요구에 공사비로 돈을 다 써버린 골프장 측이 분양가보다 턱없이 오른 거액을 내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국내 골프장들이 지금부터라도 확실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일본의 골프장 거품 붕괴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골프장 경영 악화와 관리 부실은 회원권 값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사가 안 돼 부도난 골프장의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과연 국내 골프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필요하다. 과감한 구조조정에서 식상한 국밥 이외 산뜻한 아침 메뉴 개발에 이르기까지.

인건비가 운영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골프장의 평균 정규직 직원은 70여 명(18홀 기준)이다. 이는 일본과 미국의 20여 명보다 3배 이상 많다. 이와 관련해 국내 골프장에도 다른 일반 기업처럼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가해 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호텔과 골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허드렛일까지 고임금의 내국인을 고용해야 하는 골프장 측의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농약과 비료 등 각종 기자재는 인근 골프장끼리 공동구매하면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노(NO) 캐디 선택권도 줘야 한다.

골프장 수준에 따른 그린피 차별화도 절실하다. 미국처럼 동일 골프장도 그린피 탄력요금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미국 골프장들은 부킹이 없는 빈자리의 날짜와 시간을 신문에 광고해 할인된 가격으로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

한편 위기에 처한 국내 골프장 돕기에 정부도 나서야 한다. 제주도는 특별법의 혜택을 받아 50만 달러 이상 투자한 중국인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제주의 한 골프장은 그 덕택에 1차 분양을 성공리에 마쳤다.

일본의 퍼시픽골프그룹(PGM)은 부도났거나 적자 상태였던 골프장 131개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규모의 경제’로 인건비와 기자재 등 각종 경상비를 단일 골프장에 비해 대폭 낮춘 게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골프장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도모함)할 수 없다면 PGM처럼 한국에도 골프장 운영 전문그룹이 탄생할지 모를 일이다.

안영식 스포츠레저부 차장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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