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일 쇼크 위기’ 다각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리비아 등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29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브렌트유도 3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각국의 주가는 급락했고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다시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어제 국내에서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환율이 급등하고 코스피는 35포인트나 빠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리비아의 정정(政情) 불안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집트 사태보다 훨씬 크다. 리비아가 내전 위기로 치달으면서 현지 석유업체 등 외국 기업들이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원유 공급 차질로 유가가 급등하면 1970년대와 같은 ‘오일 쇼크’가 올 수도 있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인 우리나라는 유가 급등에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 및 식품, 원자재 가격 급등에다 유가까지 치솟으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커진다. 경상수지, 민간소비, 투자, 수출 등 거시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해당 연도의 소비자물가가 0.12%포인트 더 상승하고 민간소비는 0.12%포인트, 총투자는 0.87%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분석한다. 경상수지는 20억 달러 악화되고 국내총생산(GDP)은 0.21%포인트 낮아진다. 중동발(發) 고유가 충격을 최소화하고 장기 대책까지 추진하는 데 민관(民官)이 힘을 모아야 한다.

지식경제부는 유가 위기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 실내온도 준수나 승강기 운행 50% 축소 같은 기존 조치 외에 상업시설의 옥외광고물 소등 조치 등이 추가로 실시된다. 정부는 원유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하면서 기업 및 가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정과 기업의 자발적 에너지 절약 노력도 절실하다.

리비아에서는 한국 중국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습격과 약탈 행위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현지 근로자를 포함한 교민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