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조순과 변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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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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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는 학풍(學風)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꽤 많다. 역대 서울대 경제학 교수 가운데 이들만큼 많은 제자가 따르는 학자도 드물다. ‘조순학파’와 변 명예교수의 아호를 딴 ‘학현학파’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를 좌장(座長)으로 하는 ‘서강학파’와 함께 국내 경제학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경제학원론(조순)과 한국경제론(변형윤)은 1980년대 대학생의 필독서였다.

▷변 명예교수는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거의 모든 정책에 반대로 일관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자가용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농토를 가로질러 길을 낸단 말인가. 기어이 길을 닦아놓으면 소수의 부자가 그들의 젊은 처첩들을 옆자리에 태우고 전국을 놀러 다니는 유람로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포항제철(현 포스코) 건설과 수출주도 공업화에도 부정적이었다. 그의 말대로 했다면 한국이 지금 어떤 나라가 됐을지 아찔하다.

▷조 명예교수는 그제 “자유무역협정(FTA)이 그렇게 좋으면 미국 일본은 왜 FTA를 적극 추진하지 않겠느냐”며 “FTA는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도 문을 잠가놔야 정체성이 유지되지 문이 항상 열려 있고 사람들이 무상출입하는 집에는 살기 싫다”고도 말했다. 대학교수, 경제부총리, 서울시장, 정당 대표를 지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닫힌 인식’이다. 한국의 잇따른 FTA 체결에 자극을 받아 일본에서 자유무역 확대 요구가 높아지는 현실이나, 지금도 문을 꼭꼭 잠그고 사는 북한의 참담한 실패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두 교수의 가르침을 받은 서울대 상대 제자다. 좌파 운동권에 오래 몸담았다가 ‘대한민국 체제’의 전사(戰士)로 바뀐 그의 고백이다. “변 교수나 조 교수 등의 지도 아래 고속도로 건설 반대, 창원 중화학공단 반대 운동을 많이 했다. 자동차 공장도 안 된다고 했다. 기술과 시장이 종속돼 결국은 종속 국가로 떨어진다는 설명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포철을 안 만들고 중화학공단을 안 만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변, 조 명예교수는 ‘의식 과잉’으로 현실을 냉철하게 보지 않고 국민을 오도(誤導)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하는 경제학도라면 이제 이런 낡은 사고의 영향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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