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천정배, 이종걸,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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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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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과 2010년, 한국이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자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경제계와 언론은 한미, 한-EU FTA가 발효되면 글로벌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이 약진할 것으로 우려했다. 일본 기업인들은 “정부와 정치권은 무얼 하고 있느냐”며 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간 나오토 총리도 한국의 FTA 성과를 자주 거론하며 19세기 후반의 메이지(明治)유신, 2차 대전 패전 후의 맥아더 개혁에 이은 ‘제3의 개국(開國)’을 역설한다.

▷민주당 천정배 이종걸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한미 FTA 비준 저지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10명도 동참할 모양이다. 이들은 “한미 FTA는 대다수 양국 국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경제성장 기반을 도리어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기를 내심 바라는 일본과 중국은 한국 의원들의 ‘FTA 재뿌리기’가 고마울 것이다.

▷천정배 씨는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해 2007년 4월 타결한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노 정부가 협상 추진을 공식 발표한 2006년 2월과 양국이 1, 2차 협상을 벌인 그해 6, 7월에도 장관이었다. 이종걸 씨는 천 씨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을 깨고 ‘노무현 정당’인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정치인이다. 이른바 친노(親盧)의 핵심들이 노 전 대통령의 몇 안 되는 업적의 하나를 그나마 날려버리려 한다. 강기갑 씨는 이번엔 해외 공중부양(浮揚)이라도 해서 한복에 전투적 이미지라도 덧칠하려는 것인가.

▷몇몇 야당 의원의 방미(訪美)가 한미 FTA의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활동에 관심을 갖는 미국인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우리 경쟁국들이 위기감 반(半), 부러움 반으로 지켜보는 FTA를 훼방 놓겠다며 비싼 비행기표를 구입해 태평양을 건너가는 저들의 돌출이 딱하다. 미국에서 시선을 끌어 국내 FTA 논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면 세 의원의 이미지 조합으론 힘들 것 같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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