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유종]이석현 의원, 사과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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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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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정치부
이유종 정치부
1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는 ‘화제의 정치인’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차남의 서울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부정 입학설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었다.

이 이원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거짓 폭로 당일인 13일 트위터에서 “완전 오보”라고 지적했음에도 직접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당 원내대변인을 통해 “미안하다”고 짤막한 서면사과를 했을 뿐이다. 이후 언론과의 접촉도 안 됐기 때문에 5일 만에 입을 연 셈이다.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가슴이 아프다, 제 불찰이 크다”며 사과를 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사과는 매우 간단했다. 마지못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대신 인터뷰의 대부분을 ‘남 탓’에 할애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사무처 간부가 ‘최고의 권력기관’에 근무하는 간부에게 그런 얘기를 직접 듣고 와서 당에다 보고한 것이다. 저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나 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라고 변명했다. ‘최고의 권력기관’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제보자의 자리가 날아간다”며 피했다.

이어 민주당 직원도 서울대에 부정 입학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서울대가 당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며 서울대에 책임을 돌렸다.

또 그는 “의원총회에서 (안 대표의 차남이) 부정 입학했다고 말한 것은 아니고 ‘의혹이 있으니까 조사해보라’고 나나 박 대표나 말했다”며 “당시에 녹화가 됐는데 보도될 때는 거두절미하고 저하고 박 대표가 그렇게 주장했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5일 만에 처음 인터뷰에 응했다면 적어도 안 대표, 그리고 안 대표의 아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런 실수를 통해 나는 어떤 점을 배웠고, 앞으로는 어떻게 개선하겠다’고 말하는 게 성숙한 정치인이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이 의원의 이날 인터뷰에서는 이런 겸허한 자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국회에서 폭로를 금기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청와대의 불법사찰과 대포폰 의혹이 허위로 드러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이 의원이 이날 뭐라고 변명해도 중요한 것은 그가 폭로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날 ‘소스 탓’ ‘서울대 탓’ ‘언론 탓’ 등 ‘남 탓’만 했다. 실수를 통해 배우지 못하고 변명만 하는 ‘4선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다.

이유종 정치부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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