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대엽 같은 비리 지자체장 왜 제때 못 솎아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이대엽 전 성남시장과 일가(一家)의 비리 혐의 내용은 썩은 냄새가 풀풀 난다. 이 전 시장 관련 비리로 기소된 17명 중에는 첫째 셋째 조카 부부, 첫째 조카의 아들이 포함됐다. 그의 집에서 압수된 미화 엔화 다발과 시가 1200만 원대의 양주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전 시장 일가가 받은 뇌물은 확인된 것만도 약 15억 원어치이지만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 전 시장 일가의 비리는 택지개발지구의 수의계약 분양에 따른 뇌물 수수, 영수증 조작을 통한 업무추진비 횡령, 매관매직(賣官賣職)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가 총망라되다시피 했다. 그의 구속으로 역대 민선 성남시장 3명이 모두 뇌물수수로 구속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들은 모두 재임 중 비리가 퇴임 후에 적발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민선 자치단체장 5기 시대가 됐지만 지자체장 관련 비리는 일상화 보편화 구조화하는 추세다. 10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 8월 구속된 오현섭 전 여수시장은 측근을 통해 시의원 7명에게 뇌물을 나눠주었다. 올 4월 위조여권을 이용해 해외도피까지 시도했다가 구속된 민종기 전 당진군수는 아파트와 별장을 뇌물로 받았으며 부하 여직원까지 범죄에 끌어들였다.

지자체장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암암리에 거래되는 공천헌금, 그리고 고비용 선거풍토와 관련이 깊다. 돈을 많이 쓰고 당선되면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재선자금을 마련하느라 부정비리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거액의 선거 빚 때문에 뇌물을 받았다가 올 1월 자살한 오근섭 전 양산시장이 단적인 사례다.

정당들은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거나 지자체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비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걸러낼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선거비용 씀씀이나 경력을 제대로 살펴 비리 가능성이 작은 후보를 뽑아야 한다. 특히 지자체장 소속 정당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같은 경우 지방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공범 관계같이 돼버리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올 2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인구 30만 명 이상의 지자체에 2년 임기가 보장되는 감사 책임자를 둘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지자체장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감사원이 지자체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시 점검 시스템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