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2010&2011]<3>금융위기는 유연한 상상력을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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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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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세기 동안 세계 경제는 안정적 성장과 낮은 물가상승률을 누려왔다. 대(大)안정기는 경제를 운용하고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데 잘못된 감각을 심어줬다. 대안정기가 대침체기로 전이하면서 전통적 사고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났다. 특히 금융 시스템과 광역경제, 또 국가 간 관계의 연관성을 간과한 점이다. 정책결정자들은 2011년, 그리고 이후의 경제운용을 위한 새 패러다임을 찾는다.

세 가지 정책목표가 필요하다. 금융 분야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일, 균형 있고 안정된 성장의 추구, 거대하지만 불안정한 자본의 흐름을 관리하는 일이다. 강하고 안전한 금융 분야는 경제 성공의 기반이다. 이를 위해 금융시장과 기관에 대한 세심한 규제책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모두가 규제를 따르게 하려면 금융 기관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최상의 규제와 감독 속에서도 위기는 발생한다. 문제 기관을 다룰 효율적인 해결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하부구조가 있어야 한다. 바젤Ⅲ 협약 등으로 규제 개혁이 진전을 이뤘지만 규제를 적절히 실행할 감독 방안을 더 찾아야 한다.

경제성장이 건강하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한 분야의 과잉을 막아야 하고 세계적 차원에서는 국가 간 성장의 분배가 더 잘 이뤄져야 한다. 거시경제정책과 관련해 통화정책은 물가를 낮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뿐 아니라 금융 안정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통화정책에서 어떻게 정확히 구현할지, 그리고 통화당국과 규제당국의 업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이다.

위기를 통해 우리는 경기가 좋을 때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를 낮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하지만 대침체로 많은 선진국에서 공공부채와 재정적자가 급등했다. 얼마나 빨리 재정 긴축에 들어가야 할지, 또 증세와 지출 감소의 적절한 균형은 어디인지는 국가마다 다르다. 또 경제의 회복력과 부채에 대한 시장의 관점, 수입-지출 비율도 변수다. 일반적인 재정정책의 목표는 탄탄한 중기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향해야 한다.

소득 분배 역시 중요하다. 위기에 이르는 몇 년간 많은 국가에서 불평등이 늘면서 사회 화합을 우려하게 했다. 불평등이 늘면 위기 상황에 더 취약해진다. 많은 사람이 어려운 시절 저축에 기대기 힘들어지고, 그 결과 성장에 대한 충격이 배가된다.

국제적 차원으로는 한 국가에서 어떻게 정책이 수용돼 다른 경제에 영향을 주는지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 이 접근은 주요 20개국(G20) 정신의 핵심이다. 국가 간 금융 연계를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다. 위기를 거치면서 자본이 안전하게 여기던 국가로부터 얼마나 빨리 탈출하는지 봐 왔다. 오늘날 많은 국가가 자본의 쓰나미에 휘청거린다.

신흥국의 많은 정책결정자는 자본 유입이 늘면서 지역 통화가치를 올리고 금융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경기 과열을 부추길까 우려한다. 이들은 화폐가치 절하를 막기 위해 외환을 사들이거나 자본 통제에 나선다. 극단적으로는 돈을 풀기도 한다. 환율전쟁과 금융보호주의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 자본 유입을 관리할 더 유용한 운전대가 필요하며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살피면서 최적의 정책을 찾아야 한다. 국제적인 금융 보험도 중요하다. 개인이 보험을 통해 유사시에 대비하듯 국가는 국제적 금융 보호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

위기에 이르게 된 중요한 정책 실패는 상상력의 부족에 기인했다. 세계 경제와 금융망이 얼마나 복잡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또다시 협력 부족에 따라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 경제 내, 그리고 경제 간 오랜 분리선을 넘어 더 강력하고 활기찬 세계경제 건설을 위해 함께 나서자.

ⓒProject Syndicate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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