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명]한나라 소장파의 자성론, 이번에는 다를까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과거에는 토론에서 시작해 토론으로 끝났다. 시작은 있었으나 끝이 없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앞으로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국회 바로세우기 의원모임’ 소속 한나라당 의원 22명 중 한 명이다. ‘조건부 불출마’ 아이디어는 그에게서 처음 나왔다. 홍 의원은 유독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성명을 놓고 당 안팎에서 “늘 그랬던 것 아니냐”는 냉소적 시각이 많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실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의 ‘자성과 결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시위 때도,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 참패 때도, 올해 6·2지방선거 참패 때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때마다 ‘성명 발표→쇄신 요구→세 확산 도모→지리멸렬’이란 수순을 되풀이했다.

다만 이번 성명 발표에선 긍정적 시그널이 눈에 띈다. 과거 쇄신 세력이 초선들에 국한됐다면 이번에는 4선 의원까지 동참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국회 과반수를 허물 수 있는 22명이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전의 ‘전략적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확고해 보인다. 홍 의원은 “과거엔 인적쇄신이나 당청관계 개선 등 초선들이 바꾸기 힘든 요구를 함으로써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대폭 강화하거나 야당이 주장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도입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의 동조 분위기도 이들에게 큰 힘이다. 김부겸 정장선 의원 등 민주당 의원 8명은 17일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명 발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의견을 모아 20일경 별도의 성명을 내겠다고 했다.

누구보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절박한 몸부림’을 무조건 ‘차기 총선용 이벤트’로 폄훼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성명 발표 이후 진정성을 의심받는 건 대의를 내세우다가도 어느 순간 계파의 이해관계를 좇는 등 말과 행동이 달랐던 탓이다. 이번 성명이 지금까지 있어 왔던 ‘말의 성찬’에 그칠지, 아니면 정치문화를 바꾸는 ‘작은 불씨’가 될지는 그들의 후속 노력에 달려 있다. 그들의 다음 행보에 관심과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치부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