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란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것이다. 드라마의 핵심 소재는 늘 ‘관계’이다. 재미있는 드라마의 조건이 있다. 이기적이고 미운 사람이 있어야 한다. 관계가 복잡할수록 재미있다. 관계가 극도로 복잡해지면 클라이맥스가 된다. 그래서 인생은 관계방정식을 풀어가는 과정으로 비유된다. 한자의 사람 인(人)자가 두 사람이 서로 비스듬히 의지하는 형상을 나타내는 이유이다. 감동을 주는 드라마가 있다.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이 감동적이다.
오늘 국민의 기대를 안고 출범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방정식을 풀어가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감동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두 가지 기본전제가 있다.
대기업-中企혁신모델 제시해야
첫째, 동반성장정책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구분해야 한다. 필요조건은 갑을관계의 불공정성을 푸는 일이고 성공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한다. 둘째, 경제관계 행위를 자비심만으로 풀 수는 없다. 인간의 모든 경제행위는 이기심에 바탕을 둔다. 시장의 기본 전제인 인간의 이기심을 고려하지 않은 동반성장정책은 장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정책의 목표는 국민에게 앞으로도 고용창출과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건강한 대한민국의 기업생태계로 가꾸어 가는 일이다. 이를 위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수기업형 동반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 평균수명은 10.4년에 불과하다. 매년 수십만 개 회사가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다산다사형 생태구조다. 기업의 단절은 종업원, 부품업체, 가족, 주주 모두에 커다란 손실이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된다. 동반성장정책이란 눈앞의 수익을 위한 수렵적 비즈니스보다 미래의 수익을 위해 심고 가꾸고 수확해가는 경작형 경영을 도입하도록 하는 문화와 공감대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요소투입형 동반성장모델이 아닌 혁신주도형 동반성장모델로 변신시켜야 한다. 위대한 요리는 원재료 투입보다 이를 조합하는 요리사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동반성장정책의 핵심을 기존의 요소투입 지원과 생산과정 중심에서 연구개발과 혁신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 지원에서 기술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존재 이유는 차별적 기술력이다. 기술이 없는 중소기업은 생계형이 되지만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은 전문형이 된다. 글로벌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차별적 기술력이 생기면 히든챔피언, 스몰자이언츠가 되어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주게 된다.
단기적 과욕 땐 기업생태계 교란
마지막으로 동반성장이란 길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길을 만들면 사람이 다니기 시작한다. 한번 길이 나면 사람들은 그 길로만 다닌다. 그 길을 따라 수많은 건물이 세워진다. 눈덩이 효과다.
동반성장이란 제도나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도는 방아쇠(trigger)일 뿐이다. 동반성장의 철학을 만들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경작형 기업생태계가 된다. 상생을 단기적 과제로 보면 흰색 무를 노란 무로 바꾸는 역할밖에 못한다. 최악의 상생은 서로 과욕을 너무 부리다가 과격한(?) 대책으로 결론을 빨리 내버리는 것이다. 동반성장정책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키우고 연구개발력을 키울 수 있어야 인삼을 홍삼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중소기업 정책이 된다.
동반성장의 불은 성냥개비처럼 확 타오르기보다 장작불처럼 은근하게 지속되는 방향이 좋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혁신의 동반자가 되고 시너지를 만드는 동반성장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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