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신일 수사 제대로 해야 ‘公正’ 말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검찰이 한때 이명박 대통령의 주변에 있었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피의자 신분’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그제 “천 회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했다”면서 “천 회장이 외국에 머물고 있어 못 들어온다고 한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에게서 은행대출 청탁 명목 등으로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천 회장이 자진해서 귀국하지 않겠다면 검찰은 강제송환 절차를 통해서라도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천 회장은 검찰이 임천공업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던 8월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는 허리 재수술 등 건강상 이유를 들어 출국했지만 일본에서 미국 하와이로 갔다가 현재는 일본으로 다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의 정황을 종합해 보면 천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나간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가 맡고 있는 몇몇 직함이나 정권과의 관계에 비춰 볼 때 당당하지 못한 처신이다.

검찰은 천 회장의 혐의를 조속히 확정하고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천 회장이 체류 중인 국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캐나다 등 30개국이고 국회 비준 절차까지 끝난 국가는 24개국이다. 천 회장이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은 나라로 도피할 경우 신병 확보가 어려워질 수도 있으므로 강제송환 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천 회장에 대한 수사는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정한 사회’의 기본은 법치주의 확립이다.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빈부에 관계없이 법을 어긴 사람은 반드시 처벌을 받는 실제 사례를 보여줘야 ‘공정한 사회’로 다가설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9월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천 회장은 올해 8월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 후에도 그와 관련된 나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소문 중에 억울한 대목이 있다면 스스로 귀국해 당당히 소명하고, 법을 위반했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이 대통령에게 누를 덜 끼치는 길이다. 천 회장은 해외를 유랑한다고 해서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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