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태훈]검찰 소환 앞두고… “허리 재수술” 해외체류 천회장을 보는 눈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검찰에 금품수수 단서가 포착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최근 두 달 가까이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천 회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진행하는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구속기소)의 비자금 용처 수사에서 이 대표에게서 청탁과 함께 40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천 회장은 허리 재수술 등 건강상 이유를 들어 미국 하와이에서 귀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천 회장 측의 주장대로 허리에 큰 문제가 생겨 미국에서 재수술을 해야 한다면 귀국을 연기하고 당분간은 치료에 전념하는 게 급선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천 회장의 출국 시기 등을 따져보면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천 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한 시점과 해외에 머문 기간에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천 회장이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두고 출국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천 회장이 출국한 8월은 검찰이 임천공업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한 때이며, 지난달에는 이 대표가 천 회장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털어놓은 때여서 ‘검찰 수사 회피용’ 출국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진 것.

출국의 목적과 경위야 어떻든 상황은 천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가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 있다. 검찰은 현재 천 회장의 혐의 내용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지만 검찰은 물론 청와대에서까지 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할 정도로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천 회장이 허리 재수술을 한다고 해도 검찰은 소환일정만 조금 연기할 뿐 조사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을 게 명백해 보인다.

만에 하나 천 회장이 당장 직면한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해외 체류’를 선택했다면 결코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도 없거니와 천 회장이 현 정부 들어 자의반타의반으로 누려온 ‘대통령 친구’라는 지위에 비춰볼 때도 적절치 않다. 천 회장의 귀국 지연으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는다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사회’와도 맞지 않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검찰 소환에 아예 불응한 적이 있는데 이를 답습하는 것밖에 안 된다. 천 회장의 귀국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항간에는 천 회장이 해외에서 시간을 질질 끌면서 구명(救命)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는 말만 더욱 무성해질 것이다.

이태훈 사회부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