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주도 PSI 훈련과 ‘김정은 모험주의’ 대응

  • 동아일보

한국이 13, 14일 부산 인근 해역에서 실시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 ‘동방의 노력 10’을 주도한다. PSI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2003년 5월 미국 주도로 출범했으며 현재 9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지구촌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확산방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동참을 미루다가 북한의 2차 핵실험 다음 날인 2009년 5월 26일 참여를 선언했다. 한국의 훈련 주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WMD 위협으로부터 지구촌을 지키기 위해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북한에는 천안함 같은 도발을 다시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과시하는 훈련이 될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PSI 참여에 거세게 저항했다. 한국이 PSI 참여를 선언하자 북한군 판문점 대표는 “PSI 참여는 정전협정에서 금지한 해상봉쇄를 하는 것”이라며 “조선반도는 곧 전쟁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이 WMD 확산을 시도할 생각이 아니라면 PSI를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PSI는 WMD와 운반수단, 관련 물질의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정상적인 해상 상거래는 대상이 아니다. 북한이 PSI를 빌미로 대남(對南) 협박을 계속하려면 PSI 참여국인 러시아에 대해서도 행동을 취해야 이치에 맞는다.

2002년 12월 스페인 해군은 미국이 준 정보를 토대로 예멘으로 가던 북한의 서산호를 검색해 스커드미사일 15기를 싣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WMD 확산을 막기 위한 PSI를 제안했다. 북한은 PSI 출범 이후에도 국제사회의 눈을 속이고 수차례 불법 무기거래를 시도했다. 그런 불량국가를 바로 북쪽에 둔 한국이 PSI 참여를 미룬 것은 잘못이다.

3대 세습에 착수한 북한은 후계자 김정은의 첫 공개 방문지로 지난해 7월 장거리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한 강원도 안변군의 부대를 선택했다. 북한의 노동당 창건 65주년인 10월 10일이 바짝 다가왔다. 다음 달엔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북한은 시대착오적 세습을 계획대로 실행하기 위해 선군(先軍) 정치를 강화하고 남한의 안정을 흔드는 다목적용으로 대남 도발을 감행할 소지가 있다.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천안함 같은 사태를 또 당할 수 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군사적 대응으로 계획된 것이다.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위축돼서는 안 된다. 훈련을 통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이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줘야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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