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北·中·日한복판 常時비상상태의 한국

동아일보 입력 2010-09-29 20:00수정 2010-09-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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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가을은 중국 역사의 한 변곡점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9월에 죽고 그의 부인 장칭(江靑)을 비롯한 급진파 4인방은 쿠데타를 계획하다 10월에 체포됐다. 그때 “자본주의의 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던 장춘차오(張春橋)가 낀 4인방이 득세하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졌더라면 오늘의 중국은 없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시장경제, 경쟁시스템을 단행한 1978년 이후 32년이 되는 올해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의 자리를 일본한테서 빼앗았다.

2008년 가을도 글로벌 차원에서나 중국으로서나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신호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덮쳤다.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모순이 여실히 드러나자 중국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더 세웠다. 2006년 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미국에 가서 수모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지만 발톱을 감췄던 중국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와 외교 문제에서 미국과의 샅바싸움 정도는 피하지 않는다.

덩샤오핑은 1997년 숨을 거두기 직전 “향후 50년 안에 절대로 세계의 영도자로 나서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적어도 2040년대 후반까지는 미국과 맞붙어 패권(覇權)을 다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중국의 굴기(굴起·떨쳐 일어남)’를 경계한 유언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용틀임을 참기에 50년은 너무 길어 보인다.

구름처럼 바뀌는 국가간 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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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래예측가 조지 프리드먼은 2년 전의 저서 ‘NEXT 100 YEARS(100년 후)’에서 세계 권력질서가 구름처럼 바뀌는 장면을 20년 단위로 묘사했다. “1900년 런던은 세계의 수도로 군림하고 있었다. 미래 세계는 평화롭고 부유한 유럽이 지배할 것이란 확신에 차 있었다. 1920년 유럽은 고통스러운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돼버린 반면 유럽 강호 주변을 맴돌던 미국이 급부상했다. 1940년 독일은 다시 프랑스를 정복하고 유럽 전역을 장악했다. 1960년 독일은 이미 패망해 있었고 유럽은 미국과 소련의 점령으로 쪼개졌다. 1980년 미국은 7년간 지속되던 베트남전쟁에서 패하고 말았다. 2000년 소련은 붕괴돼 있었고, 중국은 사실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나라로 변했다.”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2발에 무조건 항복한 일본은 이듬해 미군정(美軍政)의 뜻에 충실하게 따른 속칭 ‘맥아더 헌법’을 일본국 헌법으로 공포해 오늘에 이르렀다. 일본인들이 굴욕을 가슴에 묻은 채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서 부흥에 매진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패전 23년 뒤인 1968년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20년 후인 1980년대 말엔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쳤다. 하지만 20여 년이 더 흐른 지금 일본은 중국에도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중국은 봄에는 천안함 사태 처리를 놓고, 가을에는 동중국해 섬 몇 개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의 팔을 차례로 비틀었다. 천안함 문제에서 중국은 북한 체제를 보호함으로써 얻을 자국 이익에 매달려 피해국인 한국을 오히려 압박했다.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중국이 “영토 주권에 관한 한 양보란 없다”며 강공을 펴는 것은 ‘미국의 태평양 지배권에 대한 도전’ 성격도 깔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1인당 GDP는 3678달러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23일 유엔 연설에서 말한 대로 ‘선진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0년경 1만 달러, 2050년경 4만∼5만 달러를 목표로 잡고 있다. 지난날 김대중 대통령이 동북아 중심국가론을,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폈을 때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봤을까. 이명박 정부도 G20 서울회의 유치를 계기로 ‘글로벌 경제 리더십’을 강조하지만 중국을 움직이는 일은 경제에서도 외교에서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 중국은 불패일까. 프리드먼은 “현재의 경제적 역동성은 장기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물리적 고립, 해군력의 한계, 더 근본적으로는 국내적 불안정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21세기 중반에 등장할 미국 이외의 또 다른 강대국 첫 번째로 일본을 꼽았다. 북한은 강대국이기는커녕 빌어먹는 체제이지만 북한의 불안정성은 우리의 가장 긴박한 대응과제다.

역사의 변곡점, 예고가 없다


역사의 변곡점은 예고가 없으니 대한민국은 ‘상시 비상상태’일 수밖에 없다. 북한 중국 일본이 어떤 궤적을 그려나갈지 누가 다 알까마는 정부와 국민이 해이하고, 더구나 이리 찢기고 저리 갈려 좌충우돌하면 어느 파도엔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그나마 경제력과 국가핵심 분야의 인적 경쟁력을 최대한 키워야 불안을 줄일 수 있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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