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30년 조앤 샌들러 유엔여성개발기금 사무부총장 방한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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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지위 향상 모델, 개도국에 전수 기대”…대담=김태현 여성정책연구원장
27일 서울 은평구 진흥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김태현 원장(오른쪽)이 조앤 샌들러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 사무부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샌들러 사무부총장은 “내년 출범하는 유엔여성(UN Women)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은 이제 개발도상국 여성 원조 정책에서 큰 소리로 말해야 합니다.”

조앤 샌들러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 사무부총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뀐 한국의 경험이 앞으로 유엔의 여성 원조 정책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 이상 국제기구에서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원조, 양성 평등에 대한 의견을 거침없이 내놓았다.

미국 출신 여성운동가인 그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2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리는 ‘아태개발협력포럼’에 참석해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한국 여성단체에선 “샌들러 부총장의 방한은 세계 여성기구 내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27일 오후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만나 대담을 나눴다. 주제는 개발도상국 여성 원조를 위한 전략과 경험이었다. 2시간 동안 김 원장이 질문을 하고 샌들러 부총장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은 짧았지만 대답은 통역자가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길었다. 그만큼 열정적이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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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개발목표(MDGs) 정상회의에 참석한 결과 어떤 결론을 얻었습니까.(MDGs는 2000년 유엔에서 빈곤을 줄이자고 채택된 의제다. 샌들러 부총장은 올 9월에 열린 이 회의에 참석해 남녀평등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긍정과 부정이) 혼재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네요. (양성평등을 위한) 교육 문제는 진전이 있었지만 식량 문제는 악화됐습니다. 지난 20년간 경제위기가 겹쳐 양성평등 분야에서 후퇴한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양성평등의 속도가 많이 붙지 못할 것 같은 우려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MDGs 달성을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합니까.

“어느 국가에서 나오는 통계를 보면 여성 삶의 질이 향상됐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MDGs는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도시에서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시골이나 소수민족 출신 여성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모성 사망률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기술과 재원에서 현격한 개발 격차가 있었고 적절한 투자와 관심이 뒤따르지 못해 진전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이들 보건을 위해 4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용단이 될 겁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20개 국가에서만 여성의 정치적 쿼터가 30%로 늘었습니다. 그 국가 중 20%는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을 자발적인 노력에 의하지 않고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는 것입니다. 국제적인 개발 사업을 예로 들면 개발도상국에선 학교 수업료가 비싸 여학생의 교육기회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총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샌들러 부총장이 관심을 쏟고 있는 유엔여성(UN Women)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유엔여성기구는 2006년부터 전 세계 여성계가 유엔에 꾸준히 촉구해온 여성 인권과 권익 향상을 위한 통합기구. 이 기구는 내년 1월 출범한다.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유엔여성’ 신설 결의안의 골자는 성 문제 및 여성 지위 향상 담당 특별고문실, 유엔 여성개발기금, 여성 지위 향상국,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유엔국제연구훈련연구소 등 4개 기구를 단일 기구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유엔여성이 곧 출범합니다. 지금까지 오래 준비했는데 감회가 어떻습니까.

“4년간 협상을 통해 조직을 통합하기로 했습니다. 여성 조직 통합에서 반 총장이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유엔여성이 출범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영향력도 커지게 됩니다.”

―세계 각국 리더는 유엔여성 출범과 양성평등 문제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까.

“많은 나라에서 여성을 위한 법률적 정책적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기 때문에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행동과 투자가 있어야 개발도상국이 성공 사례와 경험을 배울 수 있습니다. 유엔협약에서 여성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정치적 참여를 보장하는 협약에 각국이 서명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각국에서는 국내법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습니다. 여성들도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신흥 공여국인 한국에 거는 기대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유엔여성개발기금 공여국으로서 아프리카 농업 세계 여성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등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신흥공여국의 모델이 됐습니다. 여성 문제에서 투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신선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개도국도 한국과 같은 과정을 거치기를 바랍니다. 한국이 갖고 있는 경험이 효과적인 원조 프로그램으로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양성평등에 기반을 둔 개발 전략을 잘 짜야 합니다. 국제 개발협력 현장에서 바로 지원할 수 있는 실천 방안과 실용적 연구도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양성 평등은 얼마나 실현됐습니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통계집을 보여주며) 여성의 지위, 경제 활동 참여, 여성 고용률에서 매우 부족하지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여성의 정치적 지위도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통계를 보니까 여성 지위는 개선됐는데 여성에 대한 폭력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렇지만 여성 폭력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전염병과 같은 것으로 많은 노력이 있어야 퇴치할 수 있습니다.”

정리=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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