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플라자 합의 25년

동아일보 입력 2010-09-18 03:00수정 2010-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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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로 고민에 빠졌다. 미국 정부는 달러화가 일본 엔화나 독일 마르크화보다 지나치게 평가절상된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무역적자가 늘면 통화가치가 떨어져 수출경쟁력이 살아나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이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고(高)금리 정책으로 미국으로 해외자본이 밀려왔기 때문에 달러가치는 낮아지지 않았다. 일본과 독일은 대미(對美) 수출에 긍정적인 환율 흐름을 은근히 즐겼다.

▷견디다 못한 미국 정부는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제임스 베이커 미 재무장관은 달러 강세 시정을 요구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낸다.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엔과 마르크 등 주요 통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며, 각국이 외환시장 협조 개입도 불사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서 냉전 시절 자유진영 리더였던 미국의 압도적 파워가 영향을 미쳤다. 지금부터 25년 전의 일이었다.

▷달러당 26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플라자 합의 여파로 1987년 말 122엔대로 급락했다. 일본은 해외 진출과 원가 절감으로 급격한 엔고를 극복했지만 훗날 거품경제와 ‘잃어버린 10년’ 같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1995년 4월에는 달러당 80엔이 처음으로 무너져 79.75엔까지 환율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주요 7개국(G7)이 엔저(低) 유도에 합의해 역(逆)플라자 합의로 불렸다.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고는 1980년대 후반 한국의 ‘3저 호황’, 역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저는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15일 엔-달러 환율이 15년 4개월 만에 최저치인 82엔대로 급락하자 6년 반 만에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였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지나친 환율 변동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확대를 위해 자국통화 약세를 원하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엔고 저지에 협조할 의사가 아직 없어 보인다. 과거 플라자 합의나 역플라자 합의 같은 국제사회 공조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도쿄발(發) 환율전쟁 움직임은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만큼 추이를 잘 살펴 기민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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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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