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권희]신한금융 넘버 1, 2, 3 그 다음은?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20:00수정 2010-09-1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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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말한 이것은 무엇일까. “이것을 쌓는 데 20년이 걸렸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밖에 안 걸렸다.” “당신이 회사 재산에 손실을 끼쳤다면 나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을 잃게 했다면 참지 못할 것이다.” 퀴즈의 힌트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경영원칙에도 들어 있다. ‘우리의 밑천은 사람, 자본 그리고 이것이다. 셋 중에서 한 번 잃으면 되찾기에 가장 어려운 것이 이것이다.’

퀴즈의 정답은 ‘평판’이다. 지난 2주간 신한금융지주의 수뇌부가 일전(一戰)을 벌일 때 신한금융의 평판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국내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리딩뱅크의 유력한 후보가 추락하는 게 안타깝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교포의 본국 투자를 기반으로 설립돼 10년이 안 돼 국내에서 가장 건실한 은행이란 평가를 얻었다. 당시 주인이 없는 다른 은행들의 은행장과 임원 인사는 정부 몫이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주인 있는 은행’임을 내세워 임원 인사 등에서 일반 은행에 비해 정부에 덜 휘둘렸다. 관치(官治)를 덜 당하는 것만으로도 직원의 사기가 올라갔고 한발 빠른 영업으로 돈도 잘 벌었다.

성과관리 평가 보상시스템은 금융계 혁신의 교과서로 인정받았다. 조흥은행과의 합병 후 ‘뉴뱅크’ 신한은행은 덩치를 제외하고 생산성 수익성 등 여러 면에서 1위로 평가돼 ‘한국 대표은행’에 뽑혔다. 2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도 적어 국제적 지위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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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요한 순간에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과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간에 ‘결투’가 벌어졌다. 신한금융 ‘넘버 1, 2, 3’의 최고위가 벌인 싸움을 누가 말릴 겨를도 없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약점을 쥐고 있으며 양측의 후견 정치인도 얽혀 있다는 소문까지 난무했다. 14일 열린 이사회는 1차전이었는데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신 사장 해임안을 상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신 사장은 결백을 주장하다가 직무정지를 당했다는 점에서 모두 패자가 되고 말았다.

넘버 1, 2, 3 모두 고소나 고발을 당해 자칫하면 전원이 법정에 설 수도 있다.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신한금융은 국내외에서 화제에 오를 수밖에 없다. 검찰은 경제에 대한 영향을 이유로 수사를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했다. 사태 초기부터 금융계 일각에서는 ‘넘버 1, 2, 3가 모두 떠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이번 사태 관계자는 다 책임져야 한다”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언급 이후엔 두 L 씨 등이 후임으로 거론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 임직원이 귀를 닫고 일에만 열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평판에 손상을 입은 금융회사는 인적자원 손실 같은 또 다른 위기와 맞닥뜨리기 쉽다.

신한금융 사태를 지켜보던 전직 은행장은 감독당국의 개입을 자초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신한금융의 잘못된 관행이 드러나면 당국의 감독 소홀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당국은 옳거니 하면서 신한금융에 손을 대고 인사에 개입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도 싫다는 것이다. 진 위원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경영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데 정책 당국이 이를 지적하면 관치금융 소리가 나오니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개입의 예고처럼 들린다.

신한금융 넘버 1, 2, 3의 다툼은 회사의 평판을 해치고 금융산업 위에 먹구름을 만들었다. 그렇더라도 금융당국은 관치를 확대하지 않는 선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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