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문병기]한은총재 소통 부재로 ‘신뢰’ 무너지면…

동아일보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0-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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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하는 의사소통’, ‘소통 안 되는 금융통화위원회, 예측 안 되는 통화정책’….

9일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2.25%로 두 달째 동결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선택을 놓고 시장에서 격한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한은의 금리 결정에 이처럼 노골적인 비판이 나온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런 격한 반응은 김 총재가 시장과 소통에 실패해 통화당국의 신뢰성을 깨뜨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각 경제주체가 기준금리의 방향을 사전에 파악해서 중앙은행이 의도한 대로 반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제주체들이 통화당국을 ‘거짓말쟁이’로 낙인찍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채권을 팔았던 금융회사들이 결과적으로 손실을 보면서 투자나 자금운용에 혼란을 겪은 다음에는 중앙은행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총재는 4월 취임 이후 강연을 통해 9차례나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8월 이후 물가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세 차례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김 총재가 가장 최근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은 1일 국회 경제정책 포럼 강연이었다. 하지만 김 총재는 일주일 만에 그동안의 발언을 뒤엎고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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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일주일 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던 때와 경제변수가 바뀐 것이 없는데 동결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기준금리 결정 시점의) 상황이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시장은 김 총재의 결정을 부동산 침체를 걱정하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로 판단했다. 한은의 독립성 훼손으로 본 것이다.

물론 김 총재로서도 할 말은 있다. 중장기적인 통화정책 운용의 방향을 제시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 단기 금리 인상 신호로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부동산 가격의 급락에 대한 김 총재의 우려가 탁월한 판단이었다는 평가가 뒤늦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은 총재의 금리 결정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에 대한 신뢰가 깨질 조짐을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 총재는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는 제도나 약속이 아니라 말과 행동의 일치에서 얻어진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의 발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번 금이 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병기 경제부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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