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한]이라크戰교훈 삼아 北위기 대비를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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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이 지난달 31일로 공식 종료됨에 따라 이라크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넘기게 되었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일로부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작전은 끝났다”고 선언한 2003년 5월 1일까지를 ‘새로운 이라크 건설’의 제1장이라고 한다면, 그 이후부터 2010년 8월 31일까지는 안정화 작업이 숱한 어려움으로 점철된 제2장에 해당한다. 이제 9월 1일부터 이라크는 자신들의 손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제3장으로 접어든 셈이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라크戰

이라크전의 종전을 선언하는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승리를 선언하는 대신에 “미국의 영향력은 군사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익과 동맹을 지키기 위해선 외교력, 경제력 등 다양한 힘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을 유도하는 외교력과 엄청난 경제력이 밑받침되지 않아 안정화 작전이 결국 ‘절반의 성공’으로 남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이라크를 보면서 미군 침공 전의 이라크 못지않은 어려움에 봉착한 북한을 떠올린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새로운 북한’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선택은 평화통일에 이르는 길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고립을 자초하면서 시대착오적 체제 모순을 타파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될 경우 이라크와 달리 조용한 변환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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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라크전의 교훈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첫째, 이라크 점령과 안정화 작전에 대한 미국의 사전 준비가 부실했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독일과 일본의 점령 및 안정화 계획을 종전 2년 전부터 세우기 시작했다. 이라크의 경우 침공 6개월 전부터 군사 및 안정화 작전을 성급히 기획하여 ‘거대한 폭풍’이 다가오는 것을 몰랐다. 북한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과연 우리는 예기치 않은 사태에 얼마만큼 잘 대비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 보아야 한다.

둘째, 미국은 침공 두 달 만에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려 승리감에 도취한 나머지 아무런 대책 없이 이라크군을 해체해 이들의 원한을 사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이라크 보안군은 무기를 들고 미군에 극렬히 저항하는 세력이 되었다. 북한에는 100만 명이 넘는 정규군 외에 18만 명에 이르는 특수작전부대가 있다. 이들은 극도로 고립된 사회에서 철저한 대적관(對敵觀)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한국군을 비롯한 외국 군대가 북한에 진주할 경우 극단적으로 저항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北중장기 재건계획도 준비해야


셋째, 미국이 숱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이라크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재건팀(PRT)을 통한 재건작업이 비교적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2009년까지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지방재건활동을 해서 호평을 받았듯이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지방정부로 하여금 재건을 위한 예산을 기획하고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함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북한 역시 체계적인 재건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위기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만 준비하고 북한 실정에 맞는 중장기적인 재건계획이 없다면 우리도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역사는 준비된 자의 편에 선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비함과 동시에 이라크전을 교훈 삼아 북한의 예기치 않은 사태에 대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역사의 시계를 우리 쪽으로 돌릴 수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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