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실버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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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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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960번 도전 끝에 운전면허증을 따내고 공짜 승용차까지 얻은 차사순 할머니(69·전북 완주군)는 “정말 행복하다”며 차로 아들딸 집에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차 할머니는 필기시험에서만 949번 떨어지면서도 끈질기게 도전해 올해 5월 면허증을 받았다. 캠페인 블로그에 매일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자 한 자동차회사가 자동차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누리꾼들은 “도전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신 할머니” “중간에 포기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라는 댓글을 올려 응원했다. 노년의 도전이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의학 발달과 생활환경 개선으로 과거 청장년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노인들이 많다. 인생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50대 60대는 요즘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다. 옛날 같으면 자리보전할 나이인 70대 노인들도 더 살아야 할 날이 30년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기간의 절반을 더 살아야 하는데 노인이라고 해서 도전을 포기할 순 없다. 마라톤 완주를 하고 연극 영화에 출연하는 노인을 유별나게 볼 일도 아니다.

▷인터넷 휴대전화 같은 정보기술(IT) 분야는 기술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노인들로서는 따라잡기 쉽지 않다. 어렵사리 휴대전화 문자 보내는 방법을 배웠더니 젊은이들은 벌써 트위터나 스마트폰으로 가버려 소외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포기하면 21세기의 원시인이 되고 만다. IT 디바이드(격차)를 극복하는 노력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에도 노년의 삶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1회 이상 인터넷을 사용한 60세 이상 인구는 146만 명(2009년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13만 명이나 늘었다. 60세 이상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실버티즌(Silvertizen)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실버티즌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 노인이 이용하기 쉽도록 IT 인프라를 만들고 노인 친화형 상품화에 노력한다면 IT 생활에서 소외되는 노인도 줄고 일자리 문호도 더 열릴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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