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드라마에 구미호가 등장해 시청자를 부르고 있다.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에서 보았던 구미호의 공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흑백텔레비전밖에 없었던 시절, 백발의 가발에 진한 얼굴 화장만으로도 수많은 어린이를 한여름에 이불을 뒤집어쓰게 만들고 화장실에도 못 가게 만들 정도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컴퓨터그래픽(CG)은 고사하고 특수분장도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구미호가 납량 드라마로 인기를 얻는 데에는 흥미 있는 스토리와 더불어 정교한 CG가 보여 주는 화려한 영상이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30여 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 방영하는 ‘구미호’의 CG 수준은 상전벽해라는 말로도 담아내기가 힘들 정도다. 최근에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주인공이 구미호로 변신하는 짧은 4초 분량의 장면을 만드는 데만 제작비 8000만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1초당 2000만 원꼴이다.
영화 ‘아바타’의 인기로 촉발된 3차원(3D)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영화뿐만 아니라 TV나 모바일 등 전방위 영역에서 활발하게 도입하거나 논의하고 있다. CG가 영상산업의 강력한 킬러 콘텐츠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영화 ‘아바타’가 보여준 것이다.
영화 ‘아바타’의 특수효과 중 하나인 ‘페이셜 퍼포먼스 캡처’를 만들어낸 곳은 미국이 아니라 ‘웨타 디지털’이라고 하는 뉴질랜드의 회사다. 뉴질랜드는 영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하지만 영상편집과 특수효과 영역에서도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파격적인 지원을 한 데 힘입은 바 크다.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여수 국제 특수효과(SFX) 콩그레스 2010’은 한국에서 특수효과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 최초의 국제행사임과 동시에 이 분야의 세계적인 신기술과 트렌드를 공유하고 국내 관련 산업의 성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이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2012년에 열리는 여수엑스포와 연계되는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
지금까지 특수효과 영역은 영화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기존의 영화제에서는 부분적인 지원기술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행사의 부대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리는 특수효과 공모전에 국내외에서 많은 작품이 출품됐다. 많은 사람이 방문해 특수효과가 펼쳐 보이는 ‘무한 상상의 세계’를 즐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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