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대-중소기업 상생” 5년전에도 봤는데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2005년 5월 16일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 등 대기업 총수가 청와대에 모였다.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노무현 정부 말기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이 펴낸 책 ‘참여정부 경제 5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중소기업과 상생협력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안 도와주면 대기업도 안 된다.”(이건희 회장) “자동차산업은 상생협력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정 회장) “SK텔레콤의 경쟁력은 협력업체에서 나온다.”(최 회장) 이날 회의 이후 각 기업은 앞다퉈 중소기업 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대기업의 상생경영 투자액은 2005년 1조401억 원에서 2007년 2조782억 원으로 늘어났다. 노 대통령은 재임 5년간 중소기업 관련회의를 16차례 주재했으며 이 중 6번이 2005년 5월 이후 열린 상생협력 관련회의였다.

그러나 기자가 최근 연락해 본 중소기업인들은 당시 상생협력 정책의 효과에 대해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지난 정부에서 임기를 보낸 이현재 전 중소기업청장조차 “중요하다고 말만 하고 실질적인 게 안 됐다”고 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얘기하자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정부 보라는 듯이 잇달아 상생협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 모습에 기시감(旣視感·데자뷔)을 느끼는 사람이 기자 한 명만은 아닐 것이다. 두 정권이 똑같이 임기 중반을 넘기는 시점에 대·중소기업 문제를 이슈화했다는 점도 공교롭다.

곧 나온다는 범부처 차원의 상생협력 정책만큼은 역대 정부의 상생협력 정책과 달리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참여정부 경제 5년’에 나오는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얘기가 현 정부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아 옮겨본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게 설마 오래 가겠느냐’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다들 대통령 앞에서는 ‘하겠습니다’라고 했고, 대기업 총수도 돌아가서는 ‘잘해보라’고 밑에 지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흐지부지된다는 게 문제였다.”

장강명 산업부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