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산층 붕괴 막을 정책조합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10여 년 동안 상류층 중산층 빈곤층 가구 비율의 변화를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중산층 비율은 외환위기 전 해인 1996년 68.5%에서 2000년 61.9%, 2006년 58.5%, 2009년 56.7%로 계속 줄었다. 13년 전보다 11.8%포인트 감소한 셈이다. 반면 상류층은 1996년 20.2%에서 지난해 24.1%로, 빈곤층은 11.3%에서 19.2%로 늘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중산층 가구 비율이 2003년 60.4%에서 지난해 55.5%로 4.9%포인트 줄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중위(中位)소득’의 50∼150% 소득을 버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규정한다. KDI와 삼성경제연구소가 이 개념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는 중산층이 격감하면서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가기보다는 빈곤층으로 주저앉는 가구가 많음을 보여준다.

중산층의 몰락은 미국 일본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1억 총(總)중류사회’로 불리던 일본은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격차 사회’나 ‘하류 사회’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미국과 유럽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중국이나 인도로 옮겨가면서 중산층이 줄었다. 1960년대 이후 중산층이 꾸준히 늘었던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중산층의 폭이 엷어지고 있다.

중산층은 한 국가에서 사회적 안정의 구심점이 되는 계층이다. 중산층이 두터우면 사회적 통합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중산층이 늘어날수록 계층간 갈등과 사회불안의 위험성이 커지고 포퓰리즘의 온상이 된다. 중산층을 되살리는 근본적이고 장기적 해법은 경제성장이다. 기존 수출주도형 성장모델과 함께 내수형 성장모델의 병행 발전이 중요하다.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인재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들어내는 교육 개혁도 절박한 과제다.

한국의 평균 임금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육박했다. 중산층을 두텁게 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신규 일자리 창출이 필수적이다. 제조업보다 국제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의료 교육 법률 관광 등 고급 서비스업의 규제완화와 신규 진입 장벽 철폐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지름길이다. 수출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갖춘 대기업에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녹색성장산업 진입을 허용하는 것을 ‘특혜’로 보는 인식은 고루하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그제 이임식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부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정부는 나라나 국민에게 다같이 해악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무너지는 중산층 되살리기다. 정부는 정책의 초점을 중산층 복원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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