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긴급취재-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영한 지 오늘로 2년을 맞는다. 이 프로그램과 인터넷에 떠도는 ‘광우병 괴담’에 자극 받은 10대 여학생들이 5월 2일 촛불을 들고 처음 거리로 나왔다. 좌파 단체들이 총집결한 ‘국민대책회의’가 5월 6일부터 전면에 나서 시위를 조직화하면서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퇴진 운동으로 확대됐다. 서울 광화문 도심은 3개월 이상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로 바뀌었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기만 하면 당장 치명적인 광우병에 걸리게 되고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94%에 이른다는 선동을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판매량은 수입 쇠고기 판매량 가운데 26.5%를 차지했으며 올해 1, 2월에는 33.3%까지 늘어났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여파가 남아 있긴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기피증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촛불시위를 ‘광장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로 치켜세웠던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로 숨었는지 모르겠다. 2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촛불시위에 대한 기억이 너무 쉽게 잊혀지고 있다. 촛불시위는 일부 좌파세력이 정치적 목적에서 우리 사회를 짧지 않은 기간 광기로 몰아갔던 뼈아픈 사건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그 혼란스러웠던 시절을 돌아보면서 차분한 반추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촛불시위 때 MBC 등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비과학적이고 객관성 없는 거짓과 허구로 판가름이 났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과장왜곡 보도가 발단이 된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는 다수의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고 오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에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다. 2008년 8월 중순 시위가 자연 소멸하기까지 106일 동안 사실상 무정부 상태를 방치했다. 지난해 촛불시위 1년을 맞아 검찰이 ‘미 쇠고기 수입반대 불법폭력시위사건 수사백서’를 펴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심층적 분석과 연구가 담긴 ‘광우병 촛불 백서’가 나와야 할 것이다. 광우병 촛불시위 2년을 맞아 정부는 그동안 어떤 교훈을 얻었으며 어떤 위기극복 능력을 키웠는지 겸허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