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 1월 1일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남측 당국은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제의했다.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를 “올해 극적인 사변을 예감케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대남 평화공세를 새해에도 이어갈 것이며 남북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정반대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은 남측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않는다며 남측 정부가 지어준 금강산이산가족면회소 등을 동결하고 중국 기업에 관광 사업권을 넘겨주려 하고 있다. 또 북한군은 10일 남측 국방부에 통지문을 보내 동해선과 경의선 남북 육로 통행을 중단하거나 통행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위협했다.
돌이켜 보면 북한 신년공동사설의 포인트는 ‘대화 제의’보다는 ‘전제조건’에 있었던 모양이다. 당시 사설은 “남측 당국이 6·15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외세와 결탁하여 대결소동에 계속 매달린다면 북남관계는 언제 가도 개선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남측 당국은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라”고도 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1월 남측과의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무산된 이후 서해에서 대청해전(11월 10일)을 일으켰고, 남측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않는다고 거칠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최근 북한의 절박한 심정이 이해는 간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한 푼의 달러가 아쉬운 상황에 연간 3000만 달러 규모인 금강산관광 수입이 들어오지 않는 걸 더는 방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사회주의 계획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의 실패로 내부가 소란스러운 와중에 남측에서 띄워 보내는 대북 전단(삐라) 등이 체제의 불안을 부채질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졌을 법하다.
하지만 금강산관광 계약을 깨는 등 단절과 고립을 심화하는 것이 북한의 활로일 수는 없다. 오히려 금강산 피격 사망자의 억울한 죽음과 같은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야말로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맞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길이다. 또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할 게 아니라 체제를 개혁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에 당혹스러워하지 않도록 분발하면 될 일이다. 북한의 미래는 대결이 아니라 남한과의 대화와 관계개선에 있음을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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