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지방선거 공천, 유권자 무서운 줄 알아야

  • 동아일보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정권과 각 정당을 평가한다는 의미도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의 구도를 ‘경제 성공세력’과 ‘경제 발목세력’ 사이의 대결로 규정한 것이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무능 독주세력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수 있다.

정당의 이미지와 정치적 공과(功過)는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어떤 인물들을 후보로 내세우느냐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명도뿐 아니라 도덕성과 능력 같은 인물 그 자체를 꼼꼼히 따져 최대한 당선 확률이 높은 후보를 내놓는 것이 올바른 공천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의 이름만 앞세워 아무나 대충 공천해도 뽑아주리라고 여긴다면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오만이다.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의 공천 실패가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부 친이(친이명박) 직계가 정치적 소리(小利)에 빠져 공천을 좌우하다시피 하면서 선거 결과는 물론이고 정당 구조까지 왜곡시켰다. 한나라당 자체가 친이, 친박(친박근혜)으로 나뉘어 ‘두나라당’처럼 됐을 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를 따르는 친박연대(현재의 미래희망연대)가 한나라당과 별개로 존재하는 기이한 상황을 낳았다. 당시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정권 창출 기여도를 총선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공천에선 그렇게 하지 않아 당원과 국민을 속인 셈이 됐다. 이후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잇따라 참패한 것도 잘못된 공천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한나라당이 공천이라는 첫 단추만 제대로 끼웠더라도 지금처럼 분열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올해 지방선거에서 민선 5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다. 지방자치의 경험 면에서 꽤 축적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아직 지역사회의 부패와 지방행정의 비효율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결함은 그동안의 공천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유권자가 아무리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선택하려 해도 후보로 나온 인물들이 함량 미달이거나 흠결이 많으면 결과적으로 부실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행정의 올바른 개혁을 위해서도 공천이 갖는 무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롯해 여야 모두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 구축과 함께 공천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각 정당은 공천에 앞서 유권자 무서운 줄부터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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