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설립신고 전공노-반려 노동부, 떳떳하지 못한 공방

  • 동아일보

3일 노동조합 설립신고서가 반려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노동부를 상대로 현장 투쟁은 물론이고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부는 전공노에서 공무원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해직자와 업무총괄자(다른 공무원의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공무원)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노동부는 이들의 조합 배제를 증명할 수 있는 조합원 명부와 투표 참여 명단을 요구했지만 전공노는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인권선언은 ‘만인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설립신고 반려는) 노동계 전체를 정권의 발밑에 두려는 권력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자는 공무원 노조 조합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직자와 업무총괄자가 모두 포함된다. 이 때문에 노동부가 법 위반을 이유로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전공노는 강령에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청산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적이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건설한다’고 밝히고 있다. 스스로 법을 안 지키는 전공노 공무원들이 어떻게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권력을 감시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조를 만드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법을 위반해서까지 만드는 것이 권리는 아니다.

노동부도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노동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해직자를 제외한 나머지 보완 요구 사안은 문제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직자 문제가 너무 분명한 반려사유라 나머지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전공노의 1차 설립신고서 제출 시 해직자 배제 여부 외에도 △‘정치적 지위향상’ 규약 문구 삭제 △노조대의원 선출 절차 문제 △규약 부속 규정 누락 등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전공노는 2차 제출 시 해직자와 업무총괄자 부분은 소명하지 않았지만 ‘정치적 지위향상’을 ‘제반 지위향상’으로 문구를 수정하는 등 일부분은 보완했다. 민원인이 서류를 제출하면 일괄 검토해서 보완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만약 전공노가 해직자를 배제하고 다시 신고서를 제출하면 이번에는 검토 안한 다른 부분을 문제 삼아 또 반려할 생각인 것일까.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는데 처음에는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한다고 하고, 갖고 갔더니 가구주 주민등록증이어야 한다고 하고, 다시 갖춰 갔더니 가구주 위임장이 없다고 문제 삼는 것과 같다. 정부가 하는 일은 정정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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