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개정 노조법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사실상 무력화하기 위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최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STX GM대우자동차 등 198개 기업 노조를 통해 각 기업에 전달한 공문에서 노조 전임자 수와 처우, 단체협약상 각종 위원회 활동, 상급 노조단체와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특별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교섭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개정 노조법은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고 낙후한 노동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조 전임자에 대한 회사의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도 금속노조가 노조 전임자 수와 처우를 종전과 동일하게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새 노조법의 입법 취지를 부정하는 행위다. 기업들이 이런 요구에 굴복한다면 새 노조법이 무색해지고 노동 현장에서 분규가 확산될 것이다.
노동부 행정지침에 따르면 단협 유효기간 만료 전에 전임자 관련 사항의 갱신을 요구하면서 특별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평화의무 위반’이다. 사용자는 이런 교섭을 거부해도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개별기업 노사가 특별교섭을 통해 전임자 임금지급에 합의하더라도 올 7월 1일부터는 효력을 잃는다. 노동부와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1월 이후 새로 단협을 체결해 창설하는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회원 기업에 ‘노조가 전임자 임금지급과 관련된 단협 체결을 요구할 경우 사측은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지침을 보냈다. 일부 기업이 노조의 잘못된 요구를 받아들여 특별교섭에 응한다면 전임자 문제의 폐해를 개선할 수 없다. 기업들은 금속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옳다. 만약 일부 노조가 이 문제를 이유로 불법 파업을 벌인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그제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초청해 개최한 모임에서 상당수 기업관계자는 노조법 입법과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정부가 원칙을 지킬 것을 요청했다. 전임자 문제 논란이 이어지는 데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도 작지 않다. 개정 노조법 세부시행과 관련해 원칙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