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창현]농협 구조개혁, 정부와 해결할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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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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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구조개혁과 관련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더니 정부가 지난해 말 제출한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지하다시피 농산물 시장 개방이 이루어진 후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농협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정부안은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농산물 판매유통 등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금융업도 좀 더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산업으로서의 농업, 지역으로서의 농촌, 우리 사회 일원으로서의 농민 모두에 대한 농협의 지원 역량이 크게 강화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 방안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또한 큰 것도 사실이다.

사실 지난 50년간 협동조합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수행하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금융회사와 유통회사로 분리하게 되면서 풀기 힘든 어려운 문제가 잇따라 대두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산적한 과제 중에서 농업계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족 자본에 대한 정부 지원, 조세특례 문제, 그리고 최근 보험업계의 반발로 논란이 생긴 보험회사 설립 문제가 그런 사례이다. 이런 문제는 사업 분리 여부 및 방식을 결정할 때 선결해야 할 과제다. 이 부분이 모두 하나같이 구조개편 이후 농협의 사업역량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부족 자본금은 농협 경영부실 때문이 아니라 사업 분리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농업 및 농촌을 위해 투자해야 할 경제사업 활성화 자금이기도 하다. 또한 이 과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정부 지원도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도 정부 지원의 규모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농협법 통과 후 세부 검토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을 견지하면서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법 개정 이후 발생 가능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지원 계획은 농협법 개정에 앞서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사업 분리로 말미암아 추가되는 세금 부담도 심각하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사업 분리 과정에서만 1조2000억 원, 사업 분리 후에는 매년 4000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농협이 조세의무를 일부러 회피하자는 것은 아니겠지만 농업 및 농촌 지원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써야 할 막대한 자금이 사업 분리로 인한 세금을 충당하는 데에 쓰인다면 농협의 부담은 그만큼 가중된다. 이 문제 역시 조세당국과의 협의를 통한 법령 개정이 필요한 만큼 조속히 논의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농협 공제사업의 보험사 전환 문제도 논란거리이다. 농협 공제사업은 일반 보험대리점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해 왔는바 정부안처럼 조합이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으로 간주되면 상품 취급 제한에 따른 물량 축소와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조합으로서는 현재의 공제사업보다 불리한 보험사 전환 조치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역조합에 피해가 가는 일은 사업구조 개편의 근본 취지와도 상치되므로 최소한 현행 수준의 영업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농협 구조개혁은 농업 및 농촌의 미래발전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이다. 금번 작업을 통해 농협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농협 개혁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성공적인 농협 개혁을 달성하기 위한 범정부적 결단과 과감한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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