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콩고민주共의 21세기 홀로코스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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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요 지도자와 언론인, 성직자, 일반 시민들은 홀로코스트로 600만 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을 때 못 본 척했다. 지금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전쟁은 홀로코스트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콩고민주공 내전으로 2007년 4월 현재 540만 명이 숨졌고, 계속 매월 4만5000명이 숨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망자는 690만 명이 넘었을 것이다. 숫자만으로는 콩고민주공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성폭행, 고문, 신체절단 등 참상을 파악할 수 없다.

잔 무쿠닌와 양(19)의 사연을 보자. 무쿠닌와 양이 막 14세가 됐을 무렵 내전의 와중에 부모가 실종됐고, 무쿠닌와 양은 삼촌의 집에서 머물게 됐다. 몇 달 뒤 무쿠닌와 양이 초경을 시작했을 때 악명 높은 후투 족 민병대가 삼촌의 집에 들이닥쳤다.

“먼저 그들은 삼촌을 묶은 뒤 두 손을 자르고 눈을 파냈다. 이어 발을 절단하고 성기를 잘라냈다. 민병대는 우리 가족을 모두 숲으로 끌고 갔다”고 그는 기억했다. 후투 족 민병대는 민간인을 납치해 남성은 짐꾼으로, 여성은 성노예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쿠닌와 양은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고 결국 임신을 했다. 이후에도 성폭력은 계속됐고, 민병대는 그의 성기 안을 꼬챙이로 찌르고 찢어 깊은 상처를 입혔다. 민병대에 끌려 와 있던 의사가 무쿠닌와 양을 진료했다. 어린 산모는 죽어가고 있었다. 의사는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낡은 칼로 죽은 태아를 떼어냈다. 무쿠닌와 양은 의식을 잃은 채 길가에 버려졌다.

그는 부카부로 옮겨져 유럽연합(EU) 등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판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담당 의사인 데니스 무퀘게 박사는 “당시 그의 몸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고 말했다. 무퀘게 박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있어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언급되는 인물이다. 3년 동안 9차례의 수술을 받은 끝에 무쿠닌와 양은 할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로 돌아왔다. 하지만 사흘 뒤 민병대가 나타나 다시 그를 성폭행했다. 겨우 치료한 상처는 다시 재발했다. 무쿠닌와 양은 숲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해 판지 병원으로 돌아갔다. 재수술을 받았지만 상처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무퀘게 박사가 치료한 성폭력 피해 여성 중 약 12%는 매독, 6%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돼 있었다고 한다. 무퀘게 박사는 “가끔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의학적으로 치료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한탄조로 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콩고민주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전을 끝내도록 국제사회가 노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콩고민주공과 접하고 있는 르완다에 국제사회가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 르완다는 콩고민주공에서 내전이 계속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범으로 지목한 보스코 은타간다를 체포하도록 조제프 카빌라 콩고민주공 대통령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나서서 콩고민주공의 지방 군벌들이 금 주석 등 천연자원을 수출해 그 돈으로 무기를 사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원을 둘러싼 이권 다툼으로 촉발된 콩고민주공 내전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언제 할 것인가. 1000만 명이 희생돼야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무쿠닌와 양이 세 번째 납치되고 성폭행 당해야 시작할 것인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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