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中企 지원 정책, 매출액→ 업력으로 교체해야”…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8일 20시 22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2017.12.13.뉴스1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2017.12.13.뉴스1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 효율성이 떨어지다 보니 정부가 기업당 1억 원을 더 지원할 때마다 기업이 이듬해 ‘한계기업’이 될 확률은 연평균 0.02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나눠주기식으로 지원하다 보니 돈이 혁신 기업으로 잘 흐르지 않고 재정난이 심한 기업으로 흘러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 금융(정부 보증부 대출) 비중은 5.8%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OECD 주요 국가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민간 투자와 연계하는 방식이지만 한국은 정책금융기관의 직간접 대출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효율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억 원을 더 지원할 때마다 수혜 기업의 자본 생산성(경영 자본 대비 부가가치)은 연평균 0.31% 감소했다. 총자산 대비 순이익(ROA)도 연평균 0.038%포인트 줄었다.

오히려 기업당 정부의 지원액이 1억 원 늘 때마다 이듬해 기업이 한계기업이 될 확률은 연평균 0.026%포인트 상승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이 3년 연속 1을 밑돈 기업을 뜻한다. 돈이 혁신 기업 대신 ‘예비 한계기업’에 공급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산업계에 한계기업의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때 정상 기업의 설비투자는 0.23%, ROA는 0.19%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책 지원금이 한계기업 비중을 늘려 전체 산업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광범위한 기업에 얇게 분산돼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봤다. 최근 6년간 전체 중소기업 중 정책 지원 수혜를 받은 곳의 비율은 평균 50%였다. 지원액도 1억 원 미만의 비율이 2023년 기준 약 60%였다.

한은은 중소기업 지원을 차라리 업력 기준으로 바꾸는 게 낫다고 제시했다. 중소기업 지원 예산 규모를 그대로 둔 채 지원 대상을 ‘매출액 기준 중소기업’에서 ‘업력 7년 이하 기업’으로 바꾸면 오래된 한계기업으로 갈 돈을 신생 기업에 지원하게 돼 한국 경제의 총생산이 0.45% 늘고, 임금은 1.08%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매출이나 자산 등 단순 규모 기준에 치우치지 말고 업력이나 생산성, 혁신 역량 등 질적 지표를 지원 대상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한국 수출 기업에 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중국 기업의 저가 수출 양상과 구조조정 전망’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수출품 가격은 2023년 2분기(4~6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넘게 하락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 3분기(7~9월)까지 한국과 중국의 수출가격지수를 비교했을 때 한국 수출가격지수는 중국의 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고 지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중소기업#정부지원#한계기업#정책금융#자본생산성#가격경쟁#중국수출#ROA#업력기준#혁신기업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