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중국 굴기의 21세기 첫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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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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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지난해 11월 “21세기 첫 10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9·11테러나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이 아니라 ‘중국의 굴기(굴起·떨쳐 일어남)’”라고 발표했다. 물론 논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요 2개국(G2)이라는 개념에서도 나타나고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 중 중국이 ‘진정한 승자’가 됐다는 것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굴기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세계에 영향을 주고, 중국을 변화시켰을까.

먼저 무엇을 보고 중국의 굴기가 21세기 첫 10년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하는가.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2000년 1조1900억 달러로 세계 6위에서 2008년 4조6400억 달러로 3위로 올라섰다. 2010년 중국은 GDP 총액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 2위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하려 할 때 세계 8위였다가 1999년에 7위가 되는 데 20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후 10년 만에 네 단계나 높아졌으며 이는 세계 부(富)의 구조변화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단순히 GDP에 그치지 않는다. 2009년 중국의 수출은 독일을 앞질렀으며, 자동차 판매량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중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09년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이 처음으로 대미 수출을 앞질렀다. 한국이나 일본의 대중 수출 증가가 이들 국가가 금융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됐다.

이뿐만 아니다. 과학기술 교육 문화사업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다. 2008년까지 중국의 이공계 대학생 졸업생 수는 미국보다 많았다. 군사력도 커졌다. 지난해 국경절에 중국은 스스로 개발한 무기 시스템의 비율이 1999년에 비해 90% 늘었음을 보여주었다. 올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간 자유무역협정(FTA)도 발효됐다. 10년 전 중국은 아프리카에 막 진출해 비즈니스 종사자가 2만 명을 넘지 않았으나 지금은 40만 명이 넘는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파병도 6번째로 많다.

지난해 6월 27, 28일 첫 중-미경제전략대화 개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했다. “세계에서 미중 양국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또 양국 없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미 양국의 능력을 나란히 놓은 것은 중국에 대해 친절을 베푼 게 아니라 사실이다. 기후변화 청정에너지 반테러 전염병예방 그리고 국제금융체계의 안정화와 개혁 등 금융위기 이후 시대의 세계 경제질서 건설…. 이런 문제들에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효과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느 것인들 제대로 해결되겠는가. 주요 20개국(G20)이나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 보듯 중국의 영향력 상승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중국 굴기의 역사적 사명은 21세기 첫 10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를 좀 더 번영되고 평화로우며 협력의 신시대로 이끌도록 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책임이자 사명이며, 주변국들로부터 존경과 지지를 받는 근원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굴기가 어떻게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체제 건설을 도울 것인가는 중국이 당면한 주요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 중국과 한국은 더 큰 열정을 가지고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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